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송평인]주사보 변호사

입력 | 2013-04-18 03:00:00


7급 공무원의 초봉은 2500만 원 내외다. 그래도 안정된 직장이라서 7급 공무원의 인기는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주원 최강희 등 인기 남녀 배우가 주연한 ‘7급 공무원’이라는 TV 드라마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올해 7급 중앙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113.1 대 1이었다. 2007년 5만 명대이던 응시자 수가 지난해 6만 명대에 들어서더니 올해는 7만 명대로 올라섰다.

▷7급 공무원 인기는 올라가고 변호사 대우는 떨어지면서 올해는 변호사를 7급으로 채용하려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오고 있다. 부산시가 최근 7급 변호사 채용 공고를 냈다. 실제 변호사 7급 공채는 부산시가 처음이다. 경찰도 지난달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초급 간부인 경위(경찰서 반장급·행정부 7급 대우)로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과거 사법시험 합격자는 경위보다 두 계급 높은 경정(경찰서 과장급·5급) 채용이 관행이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인천시 등에서 변호사를 6급으로 뽑았는데 7급 채용은 1년 만에 변호사 대우가 한 계단 더 낮아졌다는 뜻이다. 예전에 6급은 주사로, 7급은 주사보로 불렸다. 과거에는 집안 제사 때 쓰는 지방(紙榜)에 6급까지는 ‘학생(벼슬이 없다는 뜻)’이라고 쓰지만 5급은 ‘사무관’으로 썼다. 그만큼 5급과 6급의 차이는 크다. 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이 되면 처음부터 5급 대우를 받는다. 5급에서 6급으로 내려앉을 때 충격이 적지 않았는데 다시 7급이라니 변호사들의 자괴감이 클 만도 하다.

▷변호사에 대한 대우가 내려가는 것은 로스쿨생들이 대거 변호사 시장에 배출된 탓이다. 로스쿨생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6급 채용 공고가 나자 이를 비난하고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였다. 그러나 정작 국가인권위 6급 공채에는 2명 채용에 56명이 지원했다. 부산시의 채용공고에도 로스쿨생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로스쿨생들의 인터넷 카페에서는 ‘신상 털기’를 통해 지원자들의 사진과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1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과연 몇 명의 변호사가 지원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