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에 6억4000만원 가로챈 중개업소 직원 사기혐의 구속
지난해 2월 박모 씨(41·여)는 전세보증금 9000만 원을 주고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오피스텔(74m²·약 22평)을 1년 동안 임차했다. 집주인은 보지 못했고 이 오피스텔 건물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의 실장이라는 강모 씨(56·여)와 계약했다. 강 씨는 “미국에 있는 집주인으로부터 ‘임차인 선정 및 대금 수령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위임장을 보여줬다.
그러나 집주인은 전세가 아닌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으로 오피스텔을 내놓은 상태였다. 강 씨는 집주인이 월세로 내놓은 집을 세입자에게 전세로 소개해 전세보증금을 빼돌리고 집주인에게는 자신이 직접 월세를 입금했다.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강 씨는 이런 수법으로 세입자 8명에게 6억4000만 원을 받아 가로챘다. 미국 호주 등 해외 거주 소유주들이 월세만 제대로 납부되면 세입자와 연락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 강 씨는 목돈이 필요해 사기를 쳤고 그 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없었지만 해당 오피스텔 관리사무실 이사라는 점을 부각해 계약자를 안심시켰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강 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돌려막기 식으로 월세를 입금하던 강 씨가 월세 두 달 치를 못 내자 한 집주인이 직접 세입자에게 월세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덜미가 잡혔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