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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테러 ‘압력솥 폭탄’ 제조 쉬워… 1999달러에 파는 곳도

입력 | 2013-04-18 03:00:00

6L 크기 솥에 못-쇠구슬 ‘파편’ 가득
디지털시계나 휴대전화가 뇌관 역할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발 사건에 사용된 폭발물은 ‘압력솥 폭탄’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16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폭발 뒤에 남은 압력솥 폭탄의 잔해를 공개했다.

FBI는 이 폭탄이 장약을 솥 안에 채워 넣고, 디지털시계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만든 뇌관을 뚜껑 부분에 설치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장약으로는 질산암모늄이나 화약 성분인 RDX 등이 사용된다.

압력솥 폭탄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무장 세력과 알카에다 등 국제적인 테러 조직이 주로 사용하며 개인 테러리스트도 종종 사용하는 사제폭탄이다. 제조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며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다. 폭탄 재료는 물론이고 제조된 압력솥 폭탄을 1999달러(약 223만 원)에 판매하는 사이트도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첫 번째로 터진 폭발물은 금속과 볼베어링이 담겨 있는 6L짜리 압력솥이고 또 다른 폭발물 역시 못이 가득 담긴 압력솥 폭탄이라고 전했다. 압력솥 폭탄은 파편을 넓게 확산시켜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수류탄과 비슷하다. 수백 g의 장약이 든 수류탄보다 몇 배 많은 폭발 물질을 채워 넣을 수 있어 폭발 위력은 더 크다.

FBI와 미 국토안보부가 2010년 7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압력솥 폭탄은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발생한 테러에 사용됐다. 미 텍사스에서는 전직 군인이 압력솥 폭탄으로 레스토랑을 공격하려 한 혐의로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010년 5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이 폭탄을 이용한 테러 기도가 있었다. 미 보안 당국은 2010년 “빌딩 로비나 사람이 붐비는 거리 모퉁이에 놓인 압력솥은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폭탄 테러범에게 바머(bomber)라는 이름을 잘 붙이는 미 언론은 보스턴 마라톤 폭발 사건의 범인에게 붙일 이름을 두고 ‘마라톤 바머’ 또는 ‘압력솥(pressure cooker) 바머’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전했다. 테러 사건 초기에는 마라톤 바머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지만 폭발물 정체가 압력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프레셔쿠커 바머라는 이름이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미국 문명을 비판하며 1978∼95년 대학과 항공사에 폭발물을 배달한 시어도어 카진스키에게는 대학(university)과 항공사(airline)의 첫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유나(una) 바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2001년 신발에 폭탄을 숨기고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했던 영국 국적 이슬람교도 리처드 리드는 ‘슈(shoe) 바머’로 불렸다.

주성하 기자·정미경 특파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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