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지 전술 ‘벤치파워’ 입증… 정규리그 1위 SK에 4연승
‘농구 대통령’으로 통하는 허재 KCC 감독의 말이다. 허 감독은 유재학 모비스 감독에 대해 “잠시 곁눈질만 해도 코를 베어 갈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쁜 뜻으로 한 얘기는 아니다. 유 감독이 지휘하는 팀과 경기를 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머릿속에 1만 가지 전술을 넣고 다닌다고 해서 ‘만수(萬手)’라는 별명이 붙은 유 감독이다. ‘농구 대통령’도 상대하기가 버거울 수 있다.
초짜 사령탑 문경은 SK 감독에게 ‘만수’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유 감독이 이끄는 정규리그 2위 모비스가 1위 SK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몰아붙여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모비스는 17일 안방인 울산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SK를 77-55로 꺾고 4연승으로 2012∼2013시즌 프로농구 정상을 차지했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 SK에 2승 4패로 밀렸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모비스의 우승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감독의 ‘벤치 파워’에서 모비스가 크게 앞선다는 평가였다.
패장 문 감독은 “정규리그 때도 연패는 2연패뿐이었는데 챔프전에 와서 연패가 더 길어졌다. 감독이 초짜라서 불안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결국 챔피언결정전에서 티가 나고 말았다. 선수 시절에는 내가 못해도 대신해 줄 동료가 있었지만 감독 자리는 대신해 줄 사람이 없다. 큰 경기에서는 감독의 자리가 더 무겁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울산=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