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세계 순회특별전 ‘아리랑 로드’ 5월 2일 일본 오사카서 첫 전시회
5월 2일 일본 오사카전 ‘아리랑-한국의 혼’ 포스터.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아리랑은 한반도의 혼이 담긴 가락이다. 한국인이라면 완창은 몰라도 누구나 읊조릴 수 있다. 머나먼 타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핏줄이 이어진 곳에선 아리랑도 살아남았다. 그 끈끈함이 지난해 아리랑의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 등재도 이뤄냈으리라.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과 정선아리랑연구소(소장 진용선)가 공동 주최하는 해외 순회전 ‘아리랑 로드’는 이러한 발자취를 되짚기 위한 시도다. 세계 곳곳에 한민족이 뿌리내린 땅을 찾아 아리랑의 과거와 현재를 살핀다. 이 전시는 5월 2일 일본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뒤 7월 도쿄 한국문화원으로 이어지고, 2014년 미국과 2015년 러시아에서도 진행된다. 향후 한국인 입양아가 많은 프랑스와 덴마크에서도 순회전을 열 계획이다.
이번 오사카 전시에서 주목할 것은 특별연구전시에 해당하는 ‘재일한인-아리랑은 내 삶의 존재 이유’. 민속박물관은 이 전시를 앞두고 지난해부터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수십 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아리랑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재일교포에게 아리랑은 단순히 노래가 아니었다. 이철우 씨(왼쪽)는 삶의 궤적이 바뀌었고, 최금분 씨(왼쪽에서 두 번째)에게는 그리움 자체였다. 최갑신 씨(세 번째)는 아리랑으로 친척과 만났고, 김일남 씨(네 번째)는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 도쿄 요양원에서 만난 할머니(다섯 번째), 오사카 한인시장 김치가게 아주머니(오른쪽)는 현장에서 흔쾌히 아리랑 한 자락을 불러 젖혔다. 그들의 마음을 잇는 아리랑 로드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부인회에서 55년 동안 일한 최금분 씨(83)에게 아리랑은 아련한 추억과 같은 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얼큰하게 취하시면 언제나 아리랑을 불렀다. 그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아리랑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노래”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 씨의 남편에게 아리랑은 고향이었다.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아리랑을 흥얼거리다 한숨을 내쉬곤 했다.
오사카에 사는 최갑신 씨(69)는 아리랑 덕분에 고향 친척들과 인연을 맺었다. 5년 전 아버지가 부르던 밀양아리랑이 줄곧 마음에 남아 경남 밀양을 방문했다가, 부친의 고향인 경북 영덕 친척들과 연락이 닿았다. 핏줄과 대화하고 싶어 한글도 다시 배웠다. 이젠 명절이면 당연한 듯 한국을 방문한다.
이역만리에서 각기 다른 풍파를 겪고 있지만 아리랑은 우리네 삶을 지탱하는 동아줄이었다. 현지 조사를 책임진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재일교포에게 아리랑은 한민족 디아스포라(이산·離散)의 구심점”이라며 “이 전시가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신명나는 아리랑을 공유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