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연방 상원의원에게 '독극물 편지'를 발송한 용의자는 40대 모창가수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7일(현지시간) 오전 5시15분경 독성물질 '리신' 분말이 들어 있는 우편물을 발송한 혐의로 폴 케빈 커티스(45)를 미시시피 주 북동부 코린스의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FBI는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로저 위커(공화·미시시피 주) 연방 상원의원과 미시시피 주 법원 관리를 수신자로 한 괴 편지 배달 사건은 커티스가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편지에는 커티스의 자택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테네시 주 멤피스의 소인이 찍혀 있었으며, '잘못을 보고도 침묵한다면 무언의 공모자나 마찬가지다. 나는 KC(케빈 커티스의 대문자 약칭)로, 이 메시지를 승인한다'는 글이 담겨 있다.
외신에 따르면 커티스는 앨비스 프레슬리 등 유명가수를 흉내 내는 '모창 가수'로 활동한 적이 있다. 케빈 커티스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그가 앨비스와 버디 홀리, 키드 락 등 여러 가수를 따라하는 영상 수십 편도 찾아볼 수 있다.
용의자의 사촌인 리키 커티스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커티스는 청소사업을 병행했으며 사업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는 '잃어버린 조각들'이라는 제목으로 사업과 관련한 문제를 글로 남긴 적이 있으며 정부가 자신에게 잘 대해주지 않는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커티스는 암시장에서 인체 일부가 거래되고 있다는 음모론에 사로잡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온라인에 올린 복수의 글에서 자신이 1998~2000년 지역 병원에서 일하면서 장기매매와 관련된 음모를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가장 큰 비수도권 의료기관 시체 안치소의 냉장고에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인체 일부와 장기가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년간 컨트리 음악계에서 자신이 쌓은 기반과 지역사회에서의 명예를 무너뜨리려는 모종의 음모가 있다며, 이를 정부기관과 미 연방수사국(FBI). 경찰 등에 알리려 하고 있다고 적었다.
커티스는 로저 위커 상원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편지를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적기도 했다.
앞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배달된 편지에 의심스러운 물질이 포함된 것을 확인, FBI 주도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FBI에 따르면 편지에 들어있던 알갱이 모양의 물질은 초기 조사에서 리친 양성 반응을 보였다.
리친은 호흡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거나 혈류에 흡수되면 입자 한 개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이 편지는 전날 백악관에서 멀리 떨어진 외부 우편물 검사 시설에서 발견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같은 날 위커 상원의원 앞으로 배달된 괴 편지도 리친에 양성반응을 보였다. 이 편지는 위커 의원에게 전달되기 전 의회 보안 당국의 우편물 검색 과정에서 적발됐다.
한편 FBI는 괴 편지 배달 사건을 계속 수사 중이지만 이틀 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징후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