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연 인생 2막을 위한 프로그램 ‘퇴근 후 렛츠’에 참석한 사람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은퇴 후 삶을 고민해보려는 30대들이 이 강의에 몰리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은퇴한 부모님이 고정 소득 없이 큰 집을 유지하시는 걸 보니 차라리 전세가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임대료를 받으면 아이 교육비와 대출이자를 갚는 데 쓰면서 여건이 되면 퇴직 이후까지 갖고 있는 방법도 생각 중이에요.”
○ “부모나 상사처럼 퇴직하긴 싫어”
30, 40대 직장인들이 은퇴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인 부모 또는 직장 상사가 체계적인 노후 대책 없이 은퇴에 내몰리는 과정을 자주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에 부모세대가 외환위기로 실직 당하는 모습을 봤다. 또 ‘스펙 경쟁’과 ‘취업난’을 겪은 세대라는 공통점도 있다.
배우자와 자녀 없이 노후를 맞아야 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도 은퇴 준비 연령이 낮아진 원인이다. 무역업체에 근무하는 심모 씨(38)는 ‘골드 미스’다. 심 씨는 최근 재무설계 업체를 찾아 직장생활 10년 동안 모은 자산 현황을 체크하고 퇴직 이후를 대비해 종합적으로 재무상담을 받았다. 그는 “맞벌이하는 친구들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거나 건강이 나빠지면 남편 소득에 잠시 의지하면 되지만 미혼은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 소득이 제로”라며 “노년에도 품위 있게 살려면 지금 시작하는 것도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재테크’만 은퇴 준비가 아니다
과거 은퇴 준비는 자산 리모델링이나 부동산 투자 등 주로 노후를 위한 금전적 투자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은퇴 준비를 하는 30대는 단순히 재테크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취미생활, 봉사활동, 제2의 직업을 찾는 문제까지 신경을 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최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은퇴 강의에 재무 강의뿐 아니라 가족과의 소통과 재취업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비(非)재무적 요소’를 다루기 시작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동엽 센터장은 “은퇴 이후 여가를 보내는 방법이나 가족 부양도 결국 ‘비용’ 문제로 연결된다”며 “가족들과 강의를 통해 터놓고 얘기하거나 자신의 직장과 소득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은퇴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