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전/충남]충남 홍성군 독극물 사건 1년

입력 | 2013-04-19 03:00:00

1500명 조사에도 범인 오리무중… 민심만 흉흉




충남 홍성군 금마면 죽림리 배양마을. 116가구의 이 농촌마을이 1년 전인 지난해 4월 20일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이 마을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마을 야산의 간이 상수도 물탱크에서 독극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청소위탁업체 직원이 물탱크를 청소하다 제초제 ‘근사미’ 300mL들이 플라스틱병 3개와 살충제 ‘파단’ 2kg들이 3봉지가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농약의 내용물은 일부만 남아 물에 이미 용해된 것으로 보였다. 일부 주민들이 복통과 가려움증 등을 호소해 입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물탱크 주변의 높이 2m 철제 울타리 일부가 절단기로 잘린 사실을 확인했다.

홍성군은 즉각 상수도 사용을 중지하고 주민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주민 혈액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에서 농약성분이 발견됐지만 인체에 해가 없는 극히 미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묻지마 범죄’이거나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 500만 원의 신고포상금을 내걸고 형사 30여 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려 다각적인 수사에 나섰다. 인근 지역의 농약판매점까지 뒤져 근사미 및 파단 구입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과거 마을에 살았거나 정신질환을 앓은 사람까지 범위를 넓혀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마을이장 선거와 마을회관 공사, 상수도 요금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는 주민들의 말에 따라 갈등 당사자들을 조사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압축했지만 물증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1년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경찰수사를 받으면서 ‘누가 경찰조사에서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했다더라’는 소문이 흘러나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잦아졌다. 한 주민은 “당시 갈등을 빚었던 사람들은 지금도 마을에서 마주쳐도 서로 무시한다”고 전했다.

홍성군의 사후 조치에 대한 불만도 많다. 한 주민은 “당시 일부 주민이 건강 이상을 호소하자 홍성군이 우선 자비로 치료하면 나중에 군비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농약성분이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국과수 검사결과가 나오자 ‘농약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근거를 가지고 오라’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 가운데 지난해 7∼10월 사이 숨진 70대 3명과 40대 1명은 지병이 있었지만 농약성분이 든 물을 마셔 악화됐다고 주민들은 믿고 있다”며 “하지만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