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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강봉균]경제 활성화, 당국간 손발 맞아야 성공

입력 | 2013-04-19 03:00:00


강봉균 객원논설위원·건전재정포럼대표

‘저성장 흐름이 장기화하고 반듯한 일자리는 부족하며, 우리경제는 활기를 잃어가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새 정부 경제팀의 현실 진단이다. 그런데 한국은행 총재는 금년 성장전망을 2.6%로 내리면서도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진단하니 국민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세청장은 우리경제의 투자주체인 대기업들에 고강도 세무조사를 공언해 모자라는 세수를 국채로 보전해서 경기충격을 줄이겠다는 경제팀과 박자가 안 맞는 느낌이다. 추경예산을 심의해야 할 민주통합당은 대통령 선거 때 써먹었던 부자증세 카드를 다시 꺼내니 당면한 경기침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동참할 정책비전은 무엇인지 국민들은 알기 어렵다.

정부 내의 이런 엇박자나 정치권의 인식차이를 해소하려면 박근혜정부가 확고한 민생경제 철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대선 때 여당 박근혜 후보가 민생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이나 야당 문재인 후보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은 저성장 흐름이 장기화하고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면 경제민주화나 복지확대 공약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7분기 연속 전(前)분기대비 성장률이 0%에 머물고 있고, 연간 40만 개 가까운 일자리가 생겨야 정상인데도 올 3월 기준 취업자 증가는 24만9000명에 그쳤다. 그것도 월급여 100만 원 내외의 중장년층 임시직만 많이 늘어나고 청년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청년실업률은 8.6%로 치솟고 대학생들은 졸업까지 늦추고 있다. 영세자영업자의 약 3분의 1 이상은 생계유지가 어려울 정도여서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의 실업자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민간기업이고 민간기업의 일자리는 투자가 없이는 늘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투자의 주체인 대기업들은 새 정권에 밉보이면 어떤 징벌을 받을지 몰라 불안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투자도 늘리고 신규채용도 확대하겠다는 퍼포먼스를 자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투자는 얼어붙고 조기퇴직이나 정리해고 수준의 인력감축이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 박근혜정부의 경제팀이 첫 작품으로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책당국 간의 엇박자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첫째로 추경예산의 경기 활성화 효과를 살리려면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결함은 국채로 충분히 보전해주고 무리한 세무조사로 재정수입을 메우려 해서는 안 된다. 무차별적인 세무조사보다는 기존의 세출예산 중 시급하지 않은 예산을 절약해 세입예산 부족분을 다소라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수부족분(12조 원)에 추가할 내수부양 목적의 추가예산(6조 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0.5%(6조 원)는 넘어서야 금년 성장률을 3% 수준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내수부양을 위한 추가예산은 경기 불황 속에서 고통 받는 빈곤층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되 재정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타당성 검증이 안 된 지역개발 공약사업을 서둘러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복지공약사업도 135조 원의 복지재원 조달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채권발행재원부터 투입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로 세무조사는 그 목적과 원칙이 분명해야 경제 활성화 정책과 충돌하지 않는다. 경제적 강자들의 구조적 탈세를 막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한 세무조사는 바람직하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결함을 메우기 위한 쥐어짜기식 세무조사는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다. 세무조사는 악질적인 탈세행위나 잘못된 납세관행을 바로잡는 예방적 목적이 중요한 것이지 세수를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는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셋째로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정책공조기능을 조화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앙은행이 행정부의 시녀 노릇을 한다든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지만, 국민들의 기대나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무시하고 독불장군 행세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매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지금처럼 장막 속에 가려져 있도록 방치하지 말고 미국처럼 국회에 나가서 정책청문회를 자주 갖고 경제흐름을 가이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운영하고 한은과 정책 공조를 잘해 나가더라도 민간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으면 성장이나 일자리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부는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통하여 공권력을 행사할 때 민간기업을 지나치게 불안하게 만들거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예측가능성이 없고, 공정성이 의심되는 사회에서는 경제민주화나 창조경제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봉균 객원논설위원·건전재정포럼대표 esso@ki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