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패니메이션 팬들이 기다려 온 ‘에반게리온: 큐’는 화려한 화면이 여전했지만 새롭게 즐길 만한 요소가 없어 아쉬웠다. 씨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에반게리온: 큐’(25일 개봉)의 아우라는 여전했다. 95분간 한순간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빡빡한 상황들을 늘어놓는 이 자신감은 어디서 올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도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물체에 지구가 공격을 받은 대재앙인 ‘니어 서드임팩트’가 일어나고 14년 후. 지구를 구원할 로봇인 에바 초호기와 함께 동결상태에 들어갔던 세 번째 아이 신지가 마침내 눈을 뜬다. 그의 기억이 멈춘 사이 세계는 네르프와 반(反)네르프 단체인 뷔레가 격돌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아이들은 두 진영을 대신해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전 초호기의 파일럿인 신지는 이런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에바(에반게리온) 폐인’들은 3편 개봉이 반갑겠지만 논란의 여지도 있을 것 같다. 빠른 전개를 바라는 관객이라며 단 한 걸음만 내디딘 듯한 답답한 이야기 진행에 조바심이 날 만하다. 반면 궁금증을 감질나게 조금씩 풀어주는 맛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문제될 게 없을 듯.
‘에바’의 명성을 모르는 새로운 관객을 끌기 위한 새로운 장치들이 없는 점도 아쉽다. 전편을 보지 못한 관객을 위해 새로운 캐릭터와 보편적으로 이해할 만한 이야기를 추가했으면 어땠을까. 전편들처럼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가 총감독을 맡았다.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