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5시경 서울 동작구 상도동 Y어린이집 앞 이면도로에서 최태호(가명·5) 군이 지모 씨(50)의 스타렉스 승합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어린이집을 나와 15m가량의 내리막길을 달려온 최 군이 이면도로로 들어서는 것을 지 씨가 늦게 발견한 탓이다. 아들을 데리러 왔던 최 군의 어머니가 어린이집 현관에서 신발을 신느라 최 군을 불과 몇 초 늦게 쫓아 나온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 어린이집 스쿨존 구간 124m 중 인도가 깔린 곳은 26m 정도에 불과하다. 어린이들은 매일 차량과 뒤섞인 채 앞을 지나다녀야 한다. 그나마 인도가 끊기는 곳을 전봇대가 가리고 있어 차도로 나오는 보행자를 미처 보지 못한 운전자가 사고를 일으키기 쉬운 구조다. 동작구는 사고가 난 뒤인 17일에야 어린이집 앞에 반사거울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한 승합차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차량 운전자가 제한속도(시속 30km)를 지켰다면 충분히 멈출 수 있는 거리다. 경찰은 지 씨가 제한속도를 지켰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어린이집 앞 도로엔 과속방지턱이 4개 설치돼 있었지만 이 중 2개의 높이는 방지턱 설치기준인 10cm보다 훨씬 낮은 3cm가량이었다. 과속 단속 카메라도 없는 곳이라 차량은 좁은 이면도로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어린이집 앞을 지나다녔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은 18일 Y 어린이집 앞에선 아이들이 맞은편 놀이터에 있는 친구를 향해 주변도 살피지 않고 횡단보도가 없는 길을 뛰어 건너갔다. 부모들은 “도로에 개미가 있다”며 뛰어가려는 아이를 붙잡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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