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텍사스 비료공장 폭발… 보스턴 테러 이어 ‘잔인한 4월’
폭발사고가 일어난 곳은 텍사스 주의 작은 도시 웨스트의 한 비료공장. 17일 오후 7시 50분경 공장에서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수십 m의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고 이어 공장 주변에 불에 탄 파편 조각들이 비 오듯 쏟아졌다. 폭발음은 7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정도였고 공장 폭발로 일어난 거대한 버섯구름도 시 주변에서 목격됐다. 비료공장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살고 있는 월터 스킵 씨는 “마치 핵폭탄이 터지는 것 같았다”며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고 집 안의 모든 창문과 문이 깨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폭발의 강도는 리히터 규모 2.1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와 같다”고 밝혔다.
2시간 뒤인 오후 10시경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고 인구 2800여 명인 웨스트 시는 폭격을 당한 전쟁터처럼 변했다. 특히 비료공장 주변 아파트단지와 요양소, 그리고 중학교는 큰 피해를 봤다. CNN은 이번 사고로 주변의 건물 80여 채의 벽과 창문이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시 당국은 화재 진압과 더불어 비료공장에 저장돼 있던 유해물질인 무수암모니아가 공기 중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역언론인 댈러스모닝헤럴드는 당시 비료공장에 물과 결합하면 폭발을 일으키는 무수암모니아가 25t가량 저장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일단 시당국은 주민의 반 이상을 대피시켰고 미 국방부는 18일 비료공장 근처의 대기의 독극물 오염 상태를 감시하기 위해 텍사스 주 방위군 21명을 급파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18일 연방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지시했다.
미 언론들은 사고 원인으로 비료공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에 의한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도 “이번 사고를 산업재해라고 보지만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NBC뉴스 등은 19일이 연방정부의 간섭을 피해 고립생활을 한 다윗파 광신도들이 사망한 지 20주년 되는 날이라며 조심스레 테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다윗파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저항하다 신도 80명이 사망한 웨이코 시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웨스트 시에서 남쪽으로 약 32km 떨어져 있다.
▼ 불구덩이 뛰어든 소방대원은 전원 자원봉사자 ▼
웨스트市 정식 소방대원 한명도 없어
웨스트 시의 시장을 비롯한 자원소방대원들이 불구덩이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앞다퉈 불을 끈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던지고 있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웨스트 시는 정식 소방대원이 단 한 명도 없다. 그 대신 이 마을을 지키는 소방대원들은 전부 자원자들이다. 이들은 남녀노소, 직종을 가릴 것 없이 불이 나면 그곳으로 달려가 불을 끈다.
마티 마락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평소에는 에어컨과 난방기를 설치해 주는 기사지만 비료공장에서 불이 나자 지체하지 않고
바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이 부서지고 사랑하던 강아지가 파편에 맞아 숨졌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빨리 불을 끄러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밝혔다. 마락 씨와 같이 자원소방대원인 토미 무스카 시장 역시 위험을
무릅쓰고 사고 현장에서 화재 진압 작전을 펼쳤다. CNN은 “불을 끄려다 자원소방대원 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실종됐다”고
18일 보도했다.
백연상·최지연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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