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 코치진 인사, 도대체 무슨 일이…
투수-타격 아닌 박계원 코치가 2군행
구단 “분위기 쇄신차원”…배경은 함구
‘넥센파-롯데파 파벌 싸움’ 의혹만 증폭
김시진 감독, 경고성 희생양 가능성도
롯데 김시진 감독(사진)은 19일 대구구장에 오후 5시30분을 훌쩍 넘겨 도착했다. 공식적으로는 경북고에서 특타를 지도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거짓말을 못하는 성품인 김 감독은 “지금쯤 오면 (취재진이) 없을 줄 알았다. 일부러 야구장 주변을 돌고 왔다”고 밝혔다. 7연패에 빠져 있는 감독의 절대고독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후의 질문에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18일 사직 넥센전 4-14 대패 직후 결정된 박계원 작전코치의 전격적인 2군행에 대해서도 “알려진 대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한 것이다. 지나간 일인데 그만 물어달라”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연패의 와중에 단 1명의 코치, 그것도 투수코치나 타격코치가 아니라 작전코치를 2군으로 내린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김시진 감독의 인사 조치는 일부 코치조차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 정도로 의외였다. 이러다보니 그 배경에 대해서도 모르거나 함구하는 분위기가 롯데 덕아웃에 돌았다. 권영호 수석코치는 ‘18일 밤 코치진 회의가 있었느냐’라는 사실 확인을 위한 질문에조차 “어려운 건 묻지 말아달라”며 피했다. 다만 모 코치는 “단순히 분위기 전환용만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문책성’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19일 “박 코치가 주루나 작전에서 능력이 부족해서 (2군으로)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책의 이유가 더 모호해진다. 팀의 장기 슬럼프가 코치 한 명의 잘못에서 비롯됐을 리는 없다. 더군다나 투수, 타격, 수비코치에 비해 비중이 작은 작전·주루코치만 2군에 내린 것은 더 이상하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이 측근인 투수코치와 타격코치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야구계의 한 인사는 18일 넥센-롯데전 직후 이런 말을 했다. “김 감독이 데려온 넥센 출신 코치들과 기존의 롯데 출신 코치들이 화합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증언대로라면 코치진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알력이 생겼고, 이를 감지한 김 감독이 경고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코치 1명이 2군에 내려간 것은 큰 전력 변화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유다. 롯데의 전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다만 이럴수록 뭉쳐야 활로가 보일 텐데, 코치진은 물론 선수단조차 예전의 끈끈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패의 와중에도 고참은 심각한데, 얼굴이 밝은 선수가 눈에 띄었다. 비록 19일 삼성전 승리로 7연패는 끊었지만, 흔들리는 팀워크로는 언제든 위기가 또 닥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