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박성우(1971∼ )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해가 말끔하게 떨어진 후에야 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두꺼비부터 씻겨 주고 늦은 식사를 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닌 아버지가 녀석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시샘했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녀석을 껴안고 주무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살짝 만져 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독을 뿜어내는 통에 내 양 눈이 한동안 충혈되어야 했다 아버지, 저는 두꺼비가 싫어요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아버지는 지난 겨울, 두꺼비집을 지으셨다 두꺼비와 아버지는 그 집에서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봄이 지났으나 잔디만 깨어났다
내 아버지 양 손엔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었다
화가 황재형 씨의 ‘아버지의 자리’.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제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마주친 화가 황재형 씨의 ‘아버지의 자리’. 골 깊은 주름과 그렁그렁 물이 차오른 소 같은 눈. 그 울음 한번 터지면 주름의 강물을 채우고도 넘쳐흐를 듯, 노새처럼 살아온 어느 늙은 아버지의 생애가 거기 있다.
코끝이 찡해진다. 시인 원재훈의 첫 장편 ‘망치-아버지를 위한 레퀴엠’의 책장을 덮으면. 6·25전쟁 참전용사로 훈장처럼 일곱 개의 쇠막대를 다리에 품고 살았던 아버지의 생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소설의 실마리를 준 아버지를 떠나보낸 기억을 작가는 서문에서 들려준다. ‘몸이 더이상 뜨겁지도 않은 불구덩이에 들어가 두어 시간이 지나자 팔십 인생은 쇠막대만 남기고 더이상 태울 것도 없었다. 나는 아버지가 사라진 자리에서 아버지를 보았다. 저 무거운 걸 몸에 지니고 살아온 사람. 그 휘어진 등에 업혀 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
이 한 주에 접한 소설과 그림 위로 박성우 시인의 작품이 겹친다. 시나 소설이나 그림이나 연로한 아버지들의 열전은 제각기 다른 듯 어딘지 닮아있다. 힘겹고 고달픈 평생의 배역을 마치고 무대 밖으로 퇴장하기 시작한 윗세대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성년을 훌쩍 넘긴 자식의 마음자락에 아련히 스며든다.
올해 우리 사회에선 부성애(父性愛)가 새로운 화두가 된 것일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7번방의 선물’과 시청자들을 울린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 이어 신세대 아빠와 자녀의 여행을 소재로 한 ‘아빠! 어디가?’란 예능 프로그램까지 대중의 눈을 끌고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