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폴 크루그먼 지음/박세연 옮김/328쪽·1만6000원/엘도라도
크루그먼 교수는 칼럼과 저작을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는 2008년 55세의 젊은 나이에 노벨 경제학상을 단독 수상한 저명한 경제학자다. 경력이 이러하니 그를 무책임하다거나 경박하다고 몰아붙일 수도 없다. 오히려 왜 이런 불호령을 내리는지 경청하고 볼 일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다른 저명한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그의 생각을 간결한 문체로 일반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면서 반대론자들과는 뜨거운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논쟁의 상대는 그의 진보적 성향에 동의하지 않는 보수 논객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내로라하는 리더들과 쟁쟁한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까지 포함된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그가 교수가 아니라 ‘피곤한 논객’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낼 수 있을까? 그는 불황을 끝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불황이 끝나지 않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이 불황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불황 이전에 하던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정치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어느 집 차가 고장이 나서 가지 않는다고 하자. 그런데 주인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엔진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배터리만 갈면 되는데 갈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세계 경제가 이와 같다고 한다. 엔진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배터리를 갈면 되는데, 해보지도 않고 의심과 반대를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배터리를 가는 치유책은 케인스(1883∼1946)의 수요확대정책이다. 특히 금리가 영에 가까워서 케인스가 말한 유동성 함정에 빠진 국가는 ‘오리지널’ 케인스의 처방에 따라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
아니 위기발생의 원인을 찾아 치유책을 마련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재정지출을 늘려서 위기를 타개하라고? 일본은 재정지출을 크게 늘렸는데도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그리스는 복지병에 걸려 위기를 맞았는데 또 퍼주라고? 물론 모든 나라에 대해 재정지출을 늘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그리스의 경우 또다시 퍼주는 복지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진짜 유동성 함정에 빠졌는데도 소극적인 통화확대정책으로 결국 정부부채만 늘리게 되었다고 한다.
1930년대 대공황 과정에서 탄생한 케인스 경제학을 오리지널 그대로 지금 적용하려니 어쩐지 내키지 않는다. 그동안 경제학은 케인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발전해 왔는데 케케묵은 케인스 경제학을 다시 보라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죽은 케인스의 위력을 다시 느끼게 된다. 오히려 실제 증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비웃는 자들이 무책임하게 보인다.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