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나, 똑똑한 너… 뭉쳐야 돈번다”
최요순 우리투자증권 런던법인장
‘우리는 국가를 팔기만 하고 살 줄 모른다’라며 강한 우려를 표현하는 애국심 넘치는 국민도 적지 않다. 한 회사가 다른 국가의 회사에 매각된 경우를 국가가 팔렸다고 생각하거나 국민의 수치라고 생각하는 영국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외국 기업이 단기간 이익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직원을 해고하거나 세금을 덜 내거나 책임경영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영국 상장 기업의 40%가 외국인 소유라는 통계가 있다. 한 외국인이 런던에 관광을 왔다고 가정했을 때 영국인이 즐겨 찾는 백화점, 즐겨 마시는 차, 즐겨 가는 상점의 절반가량이 외국계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대내외 인수 실적도 비슷했다. 다시 말해 영국은 자국 기업이 외국 회사로 넘어가는 것 이상으로 외국 기업을 지구상 어딘가에서 매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유럽 전체가 경제위기를 겪을 때인 2011년에는 대외 인수가 대내 인수보다 앞섰다. 한 국가가 기업을 어느 정도 개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통계이고 영국 기업의 진취적인 모험정신을 한눈에 보여주는 통계다. 요즘 세계적인 인수합병 전문회사에는 중국인이 많이 진출해 있다. 중국 기업을 팔기 위해서, 또 중국 기업이 외국 회사를 인수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홍콩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 인수합병 전문가와 식사를 나눌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최근 뉴스에서 중국 국가주석이 비전을 제시하는 걸 보면 중국은 향후 10년 동안 둔화되는 성장률, 국내 시장 수요 창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국제사회로 진출하는 것이라는 걸 민과 관이 모두 절감하고 있다.” 그는 외국 기업이 내국 기업을 사는 것을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문을 열어 국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식사가 마무리될 때 그가 국제 인수합병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내리며 건배를 제의했다. 여러분은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너는 힘이 세고 나는 머리가 좋으니 우리 함께 돈 많이 벌어보세!”
최요순 우리투자증권 런던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