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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英회사들 인수합병으로 ‘윈윈’

입력 | 2013-04-22 03:00:00

“힘센 나, 똑똑한 너… 뭉쳐야 돈번다”




영국 런던 시내에서 근무하고 퇴근하는 기차 안에서는 석간신문을 보는 신사와 휴대전화로 열심히 e메일을 보내고 있는 전문직 여성이 눈에 띈다. 이들이 질겅질겅 씹고 있는 것을 흘깃 훔쳐봤다. 캐드버리 초콜릿이었다. 캐드버리 초콜릿으로 퇴근길 허기를 달래는 건 영국 기차 안의 흔한 풍경이다.

최요순 우리투자증권 런던법인장

캐드버리는 전 국민의 사랑을 가득 받는 국가 브랜드가 됐다. 영국의 이 대표 브랜드가 어느 날 미국 다국적 회사인 크래프트사에 매각됐을 때 영국 국민들은 갑자기 이 회사의 초콜릿 맛이 쓰다고 느꼈을까. 외국 기업에 팔려 나간 영국 회사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영국 자동차 산업의 자부심인 롤스로이스와 재규어 틈새로 BMW, 벤츠, 포드, 도요타 등 세계 각국의 자동차 회사가 파고들었다. 심지어 국제공항 관리공단도 스페인 기업에 매각된 상황이니 많은 영국인이 이를 걱정 할 만도 하다.

‘우리는 국가를 팔기만 하고 살 줄 모른다’라며 강한 우려를 표현하는 애국심 넘치는 국민도 적지 않다. 한 회사가 다른 국가의 회사에 매각된 경우를 국가가 팔렸다고 생각하거나 국민의 수치라고 생각하는 영국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외국 기업이 단기간 이익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직원을 해고하거나 세금을 덜 내거나 책임경영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영국 상장 기업의 40%가 외국인 소유라는 통계가 있다. 한 외국인이 런던에 관광을 왔다고 가정했을 때 영국인이 즐겨 찾는 백화점, 즐겨 마시는 차, 즐겨 가는 상점의 절반가량이 외국계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영국 기업의 외국화에 대한 우려가 정말 심각한 수준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부터 지난 30년 동안 영국은 국가 간 인수합병에 관련한 각종 규제를 꾸준히 풀어 왔다. 외국 회사의 영국 회사 인수(대내 인수)와 영국 회사의 외국 회사 인수(대외 인수) 실적 추이를 보면 2007년 대내 인수가 820억 파운드(약 139조 원)로 정점을 찍고 2012년 170억 파운드(약 29조 원)로 급감한다. 하지만 대외 인수는 오히려 2011년에 500억 파운드(약 85조 원)를 기록하여 대내 인수의 곱절에 가까운 기록을 보였다.

지난해 대내외 인수 실적도 비슷했다. 다시 말해 영국은 자국 기업이 외국 회사로 넘어가는 것 이상으로 외국 기업을 지구상 어딘가에서 매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유럽 전체가 경제위기를 겪을 때인 2011년에는 대외 인수가 대내 인수보다 앞섰다. 한 국가가 기업을 어느 정도 개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통계이고 영국 기업의 진취적인 모험정신을 한눈에 보여주는 통계다. 요즘 세계적인 인수합병 전문회사에는 중국인이 많이 진출해 있다. 중국 기업을 팔기 위해서, 또 중국 기업이 외국 회사를 인수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홍콩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 인수합병 전문가와 식사를 나눌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최근 뉴스에서 중국 국가주석이 비전을 제시하는 걸 보면 중국은 향후 10년 동안 둔화되는 성장률, 국내 시장 수요 창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국제사회로 진출하는 것이라는 걸 민과 관이 모두 절감하고 있다.” 그는 외국 기업이 내국 기업을 사는 것을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문을 열어 국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식사가 마무리될 때 그가 국제 인수합병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내리며 건배를 제의했다. 여러분은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너는 힘이 세고 나는 머리가 좋으니 우리 함께 돈 많이 벌어보세!”

최요순 우리투자증권 런던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