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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고’, 200만가닥 털이 살랑살랑…한국기술 맞아?

입력 | 2013-04-22 07:00:00

‘미스터 고’ 링링. 사진제공|덱스터필름


■ 토종 3D영화 ‘미스터 고’가 한국관객에게 처음으로 보여줄 3가지

1. 털 움직임 등 신기술, 할리우드 도전
2. 순수 국내기술의 첫 3D캐릭터 등장
3. 한·중 동시개봉될 첫 블록버스터

새롭다기보다는 ‘엉뚱’하다.

야구하는 고릴라가 나왔다. 심지어 프로구단에 입단해 선수들과 겨루는 스타 고릴라 링링이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3D영화로 탄생했다.

7월 개봉하는 ‘미스터 고’. 그동안 ‘아바타’부터 ‘라이프 오브 파이’ 등의 영화에서 입체시각효과(VFX)로 만든 캐릭터가 간혹 나왔지만 가장 어려운 기술로 평가받는 ‘털 달린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 전체를 채우는 3D영화는 ‘미스터 고’가 처음이다. 더욱이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냈다.

밤샘 작업이 한창인 경기도 파주의 ‘미스터 고’ 제작사 덱스터필름에서는 매일 180여 명의 스태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출자 김용화 감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영화 탄생을 위해 뭉친 이들에게 ‘미스터 고’가 관객에게 ‘처음’ 보여주는 세 가지를 물었다.

● 미스터 고’가 개발한 신기술, 할리우드에 도전

김용화 감독이 ‘미스터 고’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4년 전. 당시엔 입체 캐릭터를 완성할 국내 기술이 없었다. 할리우드에 문의한 결과 시각효과 금액으로만 요구받은 ‘작업비’가 무려 1억 달러(약 1100억 원)에 달했다. 현재 70%까지 완성된 ‘미스터 고’의 순제작비는 225억 원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김용화 감독은 자비로 시각효과 전문회사인 덱스터디지털을 세웠다. 전문가 8명으로 출발해 현재 180명이 일한다.

‘스타 고릴라’ 링링은 ‘미스터 고’팀이 자체 개발한 두 가지 신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몇 십 가닥의 털을 원격 조종해 몸에 붙은 털 200만 가닥을 바람의 방향에 따라 서로 달리 움직이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링링의 주요 활동 무대인 야구장을 만드는 것도 관건. 영화에는 홈런 치고 도루하는 링링을 향해 잠실야구장을 꽉 채운 수만명의 관중이 환호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제작진은 군중 한 명 한 명을 조종해 서로 다른 포즈와 표정을 짓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시각효과를 책임진 정성진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두 서너 곳에서만 독점하는 기술”이라며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의 기술 하청을 주로 하던 곳이 아시아였다면 이젠 완벽한 VFX 영화 제작이 가능한 환경이 됐다”고 밝혔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을 만든 건 ‘사람’이다. 경기도 파주의 덱스터디지털 사무실에서 첨단 기기를 통해 링링을 완성하고 있는 제작진들(위쪽 사진). ‘미스터 고’의 김용화 감독은 현장에서 자주 카메라를 잡고 직접 촬영까지 했다. 사진제공|덱스터필름


● ‘킹콩’ ‘혹성탈출’은 거뜬히 넘는다

한국에서 3D 카메라로 영화 전체를 촬영한 건 ‘미스터 고’가 처음이다. 인간의 눈이 인식하는 최상의 시각효과를 고려해 입체 카메라 두 대를 오차 없이 이어붙여 촬영했다.

김용화 감독은 “털이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건 시각효과에서도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비슷한 캐릭터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할리우드의 ‘킹콩’과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등 극히 일부. 하지만 모두 2D영화로 입체적인 효과는 내지 못했다.

‘링링’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 나온 입체 캐릭터로도 주목받고 있다. 고릴라의 행동과 표정을 배우들이 연기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덧입히는 모션캡처와 일일이 그래픽으로 완성하는 방식을 혼합해 링링을 만들었다.

● 한·중 동시개봉…3D상영관 1만개 확보

‘미스터 고’ 제작비 가운데 57억 원은 중국 최대 영화 제작사인 화이브러더스가 댔다. 한·중 동시 개봉이 이뤄지는 첫 번째 블록버스터가 될 ‘미스터 고’가 현재 중국 개봉 초기 확보한 3D 상영관 수는 1만 여개. 현지 개봉한 한국영화로는 최대 규모이자 중국영화들과 견줘서도 많다.

‘미스터 고’는 기획 단계부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뒀다. 고릴라 링링의 파트너는 중국 소녀 웨이웨이. 중국 서커스에서 함께 지내다 한국에서 고난 끝에 야구로 꿈을 이룬다.

김용화 감독은 “그동안 중국이나 미국에서 연출 제의를 받았지만 우리 콘텐츠를 잘 만들어 현지에 보여주고 싶어 거절해왔다”며 “‘미스터 고’가 영화 한류를 만드는 작품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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