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FC서울과 ‘슈퍼매치’에서 어이없게 퇴장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수원삼성 정대세가 화려하게 비상했다. 정대세는 20일 대전 시티즌 원정에서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첫 해트트릭을 장식했다. 14일 서울 전에서 뛰는 정대세의 모습. 스포츠동아DB
대전전 감각적인 볼터치 완벽 부활
시즌 4호골…득점레이스 본격 시동
수원 5승 1무 2패 선두권경쟁 계속
내일 AFC예선 앞두고 분위기 고조
정대세(29)도, 수원 삼성도 살아났다.
정대세는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의 정규리그 8라운드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성공, 4-1 대승을 이끌었다. 수원은 5승1무2패(승점 16)로 선두권 경쟁을 이어갔고, 정대세는 시즌 4골로 득점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수원은 23일 센트럴코스트(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예선5차전(홈)을 앞둬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대전 관계자들은 탄식했다. “하필 여기서….” 그럴 만도 했다.
올해 초 정대세의 영입을 놓고 수원과 대전은 경합을 벌였다. 수원행이 사실상 매듭지어졌을 때, 대전이 러브 콜을 보내며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수원에서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개막 후 한참 골 가뭄에 시달리다 6일 대구와 5라운드(3-1 승)에서야 데뷔 골을 넣은 뒤 벅찬 감정에 눈물의 세리머니를 했지만 서울과 6라운드(1-1)에서 퇴장(경고 2회) 당했다. 부산과의 주중 7라운드(1-2 패)를 건너뛰고 자신의 팀이 될 뻔 했던 대전에 왔다. 클럽하우스 내 피트니스센터를 떠나지 않고 ‘자율학습’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 경기를 앞두고 서정원 감독은 “5∼6명 이상 달려드는 대전의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킥오프 7분 만에 대전에 첫 골을 내줬다. 더 드라마틱한 경기를 만들기 위한 설정이었다. 수원은 전반 17분과 25분 터진 정대세의 연속 골로 역전했다. 홍철-조지훈이 찬 중거리 슛을 볼 방향만 바꿨다. 감각적인 볼 터치가 빛났다. 하프타임 직전 스테보의 추가 골이 나오고 후반 43분 문전 혼전 중 홍철의 패스를 받아 또 한 번 대전의 골문을 갈랐다. 클래식 무대 시즌 첫 해트트릭. 눈물이 아닌, 텀블링으로 가슴 벅찬 환희를 대신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온 수원은 후반 중반부터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정대세는 “계속 움직이라”는 벤치 지시를 잊지 않았다. 서정원 감독은 “퇴장 뒤 묵묵히 노력해주는 모습에서 ‘오늘 뭔가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트트릭을 축하하고 싶다”며 기뻐했다. 정대세는 “몸이 가벼웠다. 동료들의 마음이 모아진 결과였다. 세리머니를 정확히 뭘 했는지 기억 안 난다. 잔디가 미끄러워 손을 대지 않고 텀블링을 했다”며 쇼맨십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