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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외국인 도시민박, 錢보다 情보고 해야

입력 | 2013-04-22 03:00:00

관광객 늘고 절차 쉬워 창업 ‘붐’ 경쟁 심해져 경영난-폐업 속출
수익 아닌 문화교류 차원 도전해야




4일 오후 2시. 서울시의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사업설명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장년층부터 30, 40대까지 350여 명이 몰렸다. 270여 석의 좌석이 부족해 서서 설명을 듣는 사람도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시 관계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 빈방만 있으면 17일 만에 창업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 각광받고 있다. 도시민박업은 주민이 실거주하는 주택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가정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 등을 제공하는 것.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하지만 좀더 규모가 작고 한국문화 체험에 초점이 맞춰진 게 도시민박이다.

자녀가 출가해 빈방이 생긴 장년층과 부업으로 도시민박업을 해보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인식돼 3월 현재 서울에만 215개 업소, 666실이 운영되고 있다.

인기가 높은 이유는 창업 조건이 간단하고 지자체들도 활성화를 위해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발효된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도시민박업을 하려는 주소지 관할 구청에 신청서와 시설 배치도, 2만 원의 수수료를 납부하면 구청의 현장점검을 거쳐 17일 내에 도시민박업 지정증이 발급된다.

도시민박의 애초 취지가 거주자가 살고 있는 집에 외국인 관광객을 소규모로 유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연면적 230m² 미만의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연립주택 등에서만 운영할 수 있다. 운영자가 민박의 주소지에 실제 거주해야 하지만 반드시 주택을 소유할 필요는 없다. 운영자 또는 함께 거주하는 동거인 중 한 사람 이상은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할 수 있는 외국어가 가능해야 한다.

서울시는 4월부터 다양한 언어권에서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7개 언어 동시통역 서비스를 1년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간판 제작비도 1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시의 중소기업육성자금을 활용하면 5000만 원까지 저리의 융자도 받을 수 있다. 시는 앞으로 도보관광 코스, 관광지도 문화공연 홍보물 등을 제공하고 컨설팅 및 교육과 온라인 통합 예약 사이트도 구축해 지원할 계획이다.

○ 수익보단 한국 문화 알리려는 목표 있어야

예전에는 미국인과 유럽인 관광객이 주로 도시민박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의 저가항공이 취항하면서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인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지역은 볼거리가 많은 서울 명동이나 경복궁 근처 등 도심 지역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마포구 홍익대 주변이나 강남구도 인기가 많다.

창업은 간단하지만 운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방 4개짜리 아파트에서 안방을 제외한 방 3곳을 민박으로 활용한다고 하자. 방 하나당 5만 원을 받고, 예약률이 50% 정도 된다면 한 달 매출은 225만 원이다. 여기에 예약대행 사이트 수수료 20%와 카드수수료, 수도요금 및 아침식사 제공비용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월 100만∼150만 원이다.

한 도시민박 운영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도시민박과 게스트하우스도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상당수는 동남아나 중국의 저가 단체여행객으로 주로 수도권 외곽의 모텔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운영자는 “경쟁이 치열해져 홍익대 근처에서만 최근 30여 곳의 도시민박과 게스트하우스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도시민박 사업자 1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숙박비는 3만3240원이었으며 연간 평균 수익금은 165만 원가량이었다. 1년 매출이 1000만 원이 넘는 곳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200만 원 이하였다.

설문 응답자의 26.5%는 도시민박을 하는 동기로 ‘외국문화 체험 및 교류’를, 14%는 외국어 실력 향상을 꼽았지만 경제적 도움이 창업의 이유인 사람은 2.6%밖에 되지 않았다.

수익뿐 아니라 신경 쓸 일도 많다. 내 집에 외지인을 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숙박 손님을 받게 되면 운영자가 집을 마음대로 비우기 힘들며 꼬박꼬박 아침식사까지 차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대학로에서 도시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김바다 씨(40)는 “전업으로 하겠다는 사람보다 외국인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부업도 갖고 싶은 사람에게 창업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