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 커뮤니티 논란 불붙어
3월 20일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게재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 수도권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자취 생활비를 버는 처지다. 수련회를 안 가면 다음 학기 장학금을 못 받을까 봐 걱정된다”는 글을 올렸다. 일간베스트 화면 캡처
이 사실이 알려지자 18일부터 이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부 학생은 “벌금까지 부과하면서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과 학생회 측은 21일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참가율을 높여 제대로 된 엠티를 떠나보자는 취지”라고 해명했으나 학생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안가비 징수 방침을 철회했다.
수도권 한 대학의 학과는 지난달 신입생들에게 “엠티 불참자는 장학금 대상자 평가에서 0점 처리되고, 불참비도 징수할 것”이라고 밝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서울대도 2011년 한 학과에서 “엠티에 참석하지 않으면 장학금 수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해 학내에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은 ‘벌금내기’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모여서 술 먹기 식’ 엠티에 굳이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화여대의 한 학생은 “예전에 정치외교학과는 외교부 공기업 언론사 로스쿨 등에 다니는 선배들을 엠티에 초청해 진로 관련 얘기를 들어 반응이 좋았다. 현재의 엠티 방식이 학생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학생회 측이 엠티비 사용 내용을 밝히지 않는 등 불신이 큰 상황에서 ‘불참비’ 징수는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대 사회과학대에서 학생회 활동을 하는 이모 씨(22)는 “학생들의 엠티 참여율이 낮아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라며 “불참비 부과 대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즐거운 엠티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개인화돼 집단활동에 대한 기피현상이 강해지면서 이런 논란이 빚어진 것”이라며 “강제 부담금 징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학생들도 대학이 단순히 졸업장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 젊은 날의 소회를 함께하는 공동체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온라인상에서 더 긴밀한 유대관계를 느끼는 편이다. 구태의연한 엠티 방식을 고집하며 강제 부담금을 징수하기보다는 새로운 교류 방식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