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KU자기추천전형으로 동물생명과학대학 동물생명공학과 합격한 한민기 씨
교내 방과후 학교를 ‘보석’처럼 활용
건국대 KU자기추천전형에 지원하는 수험생은 총 10매 분량으로 제한된 고교생활 포트폴리오 ‘자기주도활동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에 쓴 총 5개의 활동이력 중 한 씨가 1순위로 강조한 것은 고2 1학기 때 참가한 교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다.
보통 고2, 3학년 학생들은 학교시험과 수능시험 대비에 직결되는 ‘보충수업형’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선호하곤 한다. 하지만 한 씨는 평소 교과수업에서 할 수 없는 과학실험이 가능한 ‘실험으로 배우는 생물’ 강좌를 수강하면서 훗날 줄기세포와 인공장기 분야의 권위자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꿈을 키웠다. 한 씨는 방과후 학교에서 진행한 실험·연구 활동을 모두 실험연구 보고서로 작성했다. 또 교내 ‘방과후 학교 수기집’에도 글을 싣는 등 일일이 기록을 남겼다.
탐구 열정… 대학 캠퍼스까지 뻗어
한 씨는 고교생활 동안 생물을 포함한 과학에서만큼은 항상 1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하는 친누나의 전공서적도 몰래 가져다 탐독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 씨는 자신의 과학적 소양을 증명하기 위해 과학 올림피아드 등 경시대회에 참가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 보다는 방과후 학교에서 실험을 하면서 새로 파생되는 연구 과제를 직접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에 목말랐다. 고2 2학기 때 ‘바이오유스멘토링’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충북대와 한양대 등 두 대학의 현직 교수와 함께 과학실험을 하며 멘토링을 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 그 결실.
“바이오유스멘토링에 다녀온 뒤 원심분리실험 등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실험을 직접 해보기 위해 가까운 국립대 교수님에게 멘토링을 신청했어요. 서울에 비해 과학실험을 체험할 환경이 열악한 저희 청주 지역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연구 활동을 할 기회를 개척했죠.”(한 씨)
교육봉사… ‘인성’ 보다 ‘적극성’에 방점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복지시설을 찾아갔는데 대학생 이상 성인부터 활동이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학업능력과 봉사열정을 수차례 어필한 끝에 이례적으로 활동 자격을 얻을 수 있었죠.”(한 씨)
한 씨는 봉사활동을 마치면 봉사일지에 그날 지도내용을 기록한 뒤 봉사단원이 모두 모여 그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을 지도하는 노하우나 문제 발생시 대처하는 방법과 경험을 공유한 것.
한 씨는 고2 2학기 때 교내 토론대회에 참여한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옮기면서도 은상을 수상한 경력은 담지 않았다. 대신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중점적으로 담았다.
“생물탐구, 교육봉사 등 다방면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다보니 입학사정관전형도 합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저절로 생겼어요. 그 때문일까요. 1박 2일로 진행되는 심층면접에서도 평가를 받는 생각 없이 편하게 ‘나’를 설명한 결과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됐답니다.”(한 씨)
▼ 김소연 건국대 입학사정관 “활동으로 얻은 성과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세요” ▼
이 전형은 한 씨가 지원한 동물생명공학과의 경우 2명 정원에 47명이 지원해 총 23.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가자는 과연 한 씨의 고교생활 스토리에서 어떤 경쟁력을 발견했을까. 김소연 건국대 입학사정관의 설명을 들어보자.
교내·외 과학탐구활동… 발전 과정에 점수
입학사정관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은 지원자가 교내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적으로 어떤 발전을 이뤘는지에 있다. 포트폴리오(활동보고서)를 평가하는 목적도 단순히 지원자의 활동 ‘이력’을 보기 보다는 지원자의 성장 ‘과정’을 상세히 보기 위한 것.
김 입학사정관은 한 씨의 경우 방과후 학교, 과학탐구 캠프, 대학에서의 실험탐구활동 등을 이어가는 동안 탐구 주제가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맥으로 연결된 모습에서 발전과정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입학사정관은 “자기주도적으로 실험연구 기회를 개척한 과정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가 훗날 연구하려는 분야가 구체화된 모습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교수 멘토링…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자신이 지원하는 전공 분야와 관련한 현직 대학 교수를 찾아가 인터뷰를 해 조언을 구하거나 멘토링을 받은 경험은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자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
하지만 평가자가 주목하는 것은 그 활동이 지원자에게 왜 필요했는지, 대학에서 실제적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여부다.
김 입학사정관은 “한 씨의 경우 처음 대학 전공체험 활동에 참여했을 때 대학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실험이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본 뒤 DNA 추출실험, DNA 농도측정실험 등을 해볼 수 있는 대학 연구실을 찾은 스토리에서 탐구활동의 뚜렷한 목적과 진정성이 보였다”면서 “단순히 생명과학 분야와 관련한 단기성 체험활동 몇 가지를 구색 맞추기식으로 채우는데 그친 다른 지원자와 달랐다”고 평가했다.
꼼꼼한 활동보고서… 구체적 설명 돋보여
활동보고서는 자기소개서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자신만의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
하지만 활동을 할 때 형식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나 증명서를 활동보고서에 그대로 붙여 넣고 그치는 지원자가 적지 않다. 평가자를 배려한 ‘친절한’ 설명 없이 단순히 ‘인증’수단으로 작성한 활동보고서로는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 입학사정관은 “한 씨의 경우 두 곳의 대학에서 실험연구 활동을 하면서 작성한 보고서를 압축적으로 요약해 평가자를 배려한 보고서를 낸 점이 돋보였다”면서 “연구과정에서 새롭게 배운 내용은 무엇인지, 두 곳의 대학에서 배운 것은 어떻게 달랐는지도 비교 설명한 점에서 탐구활동 과정에 진정성을 지니고 충실히 임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