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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하고 싶은 일 하다 고3 때 진로 정했죠”

입력 | 2013-04-23 03:00:00

한국외국어대 HUFS글로벌인재전형으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합격한 정동민 씨




‘입학사정관전형은 진로 결정이 늦으면 합격이 어렵다.’ 이런 생각을 가진 학생과 학부모가 대부분이다.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려면 늦어도 고1에는 진로를 결정한 뒤 진로와 직결된 활동을 하며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입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적잖은 학생과 학부모는 진로목표를 ‘기획’한다. 심지어 일부 고교는 3년간 진로목표를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학교생활기록부를 불법으로 수정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2013학년도 한국외국어대 HUFS글로벌인재전형으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합격한 정동민 씨(19·성남 성일고 졸)는 고3이 되어서야 다큐멘터리 PD로 진로를 정했다. 이런 정 씨가 13명 모집에 250여 명이 지원해 19.3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HUFS글로벌인재전형으로 한국외국어대에 합격한 비결은 무엇일까.

고2 때까지 꿈은 국어교사


정 씨는 처음부터 진로를 정해놓고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고교 3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고3이 되어서야 PD로 꿈을 정한 경우다.

고2 초반까지 국어교사를 꿈꿨다. 실제로 학생부의 ‘진로희망’ 항목은 고2 때까지 국어교사로 쓰여 있다. 심지어 1학년 때 동아리는 탁구부였다.

PD와 관련된 첫 활동은 고2가 되어서야 시작했다. 친구 7명과 함께 교내에 광고제작 동아리를 만들면서부터다. 정 군은 고2 5월부터 12월까지 ‘청소년, 재개발 그리고 내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직접 재개발 지역을 답사하고, 매주 1, 2회 촬영을 하는 등 1년간 총 100여 시간에 걸쳐 기획·촬영 활동에 참여했다. 또 2, 3학년 때는 교내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해 후배들의 공부를 도왔다. 고3 때는 경기 성남시 ‘청소년 문화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성남시 인근 유흥업소가 학생들에게 끼치는 피해를 알리면서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제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는 일에 적성이 맞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사 분야에 관심이 많아 유익한 영상을 제작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 PD를 꿈꾸게 됐어요.”(정 씨)

스펙 ‘빼기’의 차별성

정 씨는 자기소개서에 수상경력을 단 하나도 쓰지 않았다. 입학사정관전형 미디어분야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다양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점과는 다른 부분. 사실 정 씨는 고3 여름방학 때 기업에서 주최한 ‘PD실습교실’에 한 달간 참여하며 제작한 손수제작물(UCC)로 1등상을 받았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에는 이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재미는 있었지만, 특별히 느낀 점이나 자신이 발전한 부분은 없다고 생각해서다. 단 하나의 이력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스펙경쟁’을 벌이는 일부 학생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온라인 카페 등에서 올라온 미디어 관련 학과 합격생들의 ‘스펙’을 보니 국제 청소년 영상제에서 수상했거나, 영상 관련 동아리 활동도 정말 많더라고요. 한 때 ‘나는 입학사정관제에 안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고교 3년간 만든 영상물은 동아리에서 만든 작품 2개뿐이고 수상한 적도 없지만 제가 느낀 점이 있는 활동만을 적었어요.”(정 씨)

자기소개서의 전체 콘셉트를 잡아라

자기소개서는 전체 콘셉트를 ‘리더십과 진취적 자세’로 잡았다. 많은 학생이 4, 5개 자기소개서 항목에 각각 어떤 내용을 쓸지만을 고민하지만 정 씨는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한 뒤 모든 항목에 자신의 적극적인 자세가 드러나도록 서류를 썼다.

리더십을 묻는 문항에 간부수련회 운영 방식을 당일에서 1박 2일로 바꾼 내용과 지역 내 고등학교 학생회장들과 ‘청소년 문화혁신 위원회’를 만들어 유흥업소 퇴치운동을 벌인 이야기 등을 썼다. 지원동기 항목은 광고제작반을 친구들과 만들어 활동한 이야기를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너 스펙 뭐 있어?’였어요. 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했을 뿐이거든요. 사실 자기소개서를 처음 썼을 때는 주위에서 농담처럼 ‘초등학생이 쓴 글 같다’는 혹평까지 받았어요. 하지만 학교 국어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총 10번 정도 수정을 거치면서 전체 콘셉트를 ‘리더십’으로 맞춘 자기소개서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정 씨)

▼ 고경숙 한국외국어대 입학사정관 “고교 3년간 진로목표 달라져도 괜찮아요” ▼

2014학년도 한국외국어대 HUFS글로벌인재전형은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종합평가해 3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50%에 면접성적 50%를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없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서류평가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는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30%와 심층면접 70%를 반영했다. 그만큼 이 전형은 학교 내신 성적은 물론이고 비교과 활동 내용이 합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전형으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 합격한 정동민 씨는 고3이 되어서야 진로를 PD로 결정했고, 특별한 영상관련 수상 경력도 없다. 그는 어떻게 합격했을까. 고경숙 한국외국어대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이유를 살펴보자.

반드시 진로를 빨리 결정할 필요는 없어

많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은 고교 3년간 진로항목을 통일해야 입학사정관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입학사정관제의 주요 평가항목인 ‘전공적합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공적합성은 지원자가 지원 분야의 기본소양을 갖췄고, 잠재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 학생이 진로와 직결된 활동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는 평가대상이 아니다.

고경숙 입학사정관은 “고1부터 고3까지 희망진로가 모두 달라도 평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합격생들 중에 진로가 고교 3년간 통일된 학생이 많은 이유는 진로활동이 한결같았기 때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다 보니 해당 분야에 필요한 소양을 많이 쌓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PD 관련 스펙? 사회적 관심!

정 씨는 PD라는 진로와 직결된 활동 이력은 많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사회이슈에 관심을 보였다. 학생인권조례가 실시된 뒤 학교에서 실시한 학생자치법정에서 ‘판사’로 활동한 경험과 유흥업소퇴치 운동을 주도하며 서명운동을 한 경험이 대표적이다.

고 입학사정관은 “정 씨는 진로 결정은 늦었지만 다양한 활동을 통해 PD에게 필요한 리더십과 사회에 대한 관심 등 기본소양을 갖춰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수상경력 등 스펙이 화려한 학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심층면접을 통해서 진로 분야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일관성 있는 자기소개서로 좋은 평가


정 씨는 학업계획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중전공으로 터키-아제르바이잔어를 전공해 터키의 사회문제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많은 학생은 자신이 목표로 한 직업을 가지기까지의 단계별 계획을 나열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정 씨는 외국어 분야에 강점이 있는 한국외국어대의 특징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연결해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사실 정 씨는 1단계 서류평가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내신 성적은 1.9등급으로 최종합격자 평균인 2등급과 비슷하지만 자기소개서에 활동경험을 다소 나열식으로 썼기 때문. 2013학년도 HUFS글로벌인재전형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단계 합격자 총 39명 중 정 씨의 성적은 최하위권이었다. 하지만 면접을 치른 뒤 최종 합격한 13명 중 10등으로 성적이 뛰어올랐다.

고 입학사정관은 “정 씨의 자기소개서는 항목별로만 놓고 보면 잘 쓴 편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전체 자기소개서 흐름이 적극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한 진취성과 리더십 등을 강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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