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외국인노동자-이주여성 위한 세종시 송덕아시아교회 운영 박경규목사 부부
박경규 목사(왼쪽)가 교회 안마당에서 홍미용실 홍동화 원장(오른쪽)이 외국인노동자의 머리를 깎아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박 목사와 부인 곽희숙 씨(57)는 세종시의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여성 대부, 대모로 통한다. 교회의 문패 주변에 빼곡히 나붙은 ‘세종시 다문화 복지센터’ ‘세종시 이주노동자 복지센터’ ‘외국인 자선진료소’ 안내판들이 교회의 역할을 잘 설명한다.
박 목사는 2003년 2월 충북 청주시에 임금체불과 건강 문제를 상담해주는 외국인선교센터를 열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인연은 더 오래됐다. 1990년대 충북 음성에서 한 회사 공장장으로 근무할 때 뒤늦게 신학을 공부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100여 명과 성경 공부, 애로상담을 했다. 이후 전업 전도사 생활을 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다가 1000만 원가량의 빚을 지기도 했지만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세종시에서 내과와 치과,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종화 이종훈 서성종 이상일 박영준 원장과 대전의 김해경 미용실 원장, 조치원읍의 홍미용실 홍동화 원장 등은 박 목사의 후원자들이다. 누가치과 서성종 원장은 교회에서 매달 20명가량을 진료하고 추가 진료가 필요하면 병원으로 오게 해 무료로 치료를 해준다. 교회에는 한 집사가 기증한 치과진료용 의자가 설치돼 있다. 미용실 원장들은 휴일인 일요일 미용기구를 들고 나오길 마다하지 않는다.
진료 서비스는 질병 치료는 물론이고 예방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이주여성은 얼마 전 진료 과정에서 자궁 외 임신 사실을 발견하고 긴급 수술을 받아 화를 모면했다.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인 카구랑간 테레시타 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려면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근무를 빠져야 한다. 말이 안 통해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남편과 재혼하면서 현지에서 데려온 딸을 호적에 올리려니 무척 절차가 까다로워 막막했는데 교회가 공식 국적취득 과정을 도와줘 큰 걱정을 덜었다”며 “교회는 고민 해결 창구”라고 고마워했다.
박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 등이 헌금을 낼 수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 교회 운영과 봉사 비용을 매번 친분 있는 교회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 세종시는 시가 지정한 다문화가족센터가 있다는 이유로 교회의 하계수련회와 연말 후원의 밤 행사 비용 일부만 지원한다. 박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 등은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장애인’이랄 정도로 힘든 삶을 살고 있다”며 “이들이 보다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 여건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