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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COO와 디자인총괄 임원이 본 한국 자동차시장

입력 | 2013-04-23 03:00:00

“브랜드 다양성 없어… 틈새모델로 공략”




“한국 자동차시장은 양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더욱 다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2월 한국 시장에 피아트 브랜드를 선보인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마이클 맨리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일 ‘2013 상하이 국제모터쇼’가 열린 중국 상하이 신국제박람센터에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의 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는 피아트그룹의 경영진과 디자인총괄 임원을 만나 이들이 전망하는 한국 자동차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과제를 들어봤다.

○ “그룹 차원에서 한국 시장 주목”

피아트가 한국 출범과 더불어 출시한 모델은 이탈리아의 ‘국민 소형차’로도 불리는 ‘친퀘첸토’(이탈리아어로 500)와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프리몬트’ 등 국내 시장에서 흔하지 않은 등급의 차량이었다.

앞서 자회사인 크라이슬러 브랜드를 통해 대형차를 주력으로 내세웠지만 피아트 브랜드를 통해서는 점차 성장하고 있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틈새 모델’을 선보이며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한국 시장에 출시한 친퀘첸토에 대해서는 “피아트그룹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시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다양성을 지목했다. 내수 규모가 연간 120만 대 안팎으로 성장했지만 현대·기아자동차가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은 아직 더욱 다양한 브랜드가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맨리 COO는 “크라이슬러와 지프 브랜드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시장을 주목해 왔다”며 “지난해 크라이슬러코리아의 신임 사장을 선임하고 피아트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피아트그룹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의 경기침체에 대해서는 “경제위기로 유럽에 있는 제조업체들이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피아트그룹이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아시아, 브라질 등 세계 시장에 네트워크를 확장해 피해를 조절할 수 있어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신차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기아차, 확고한 디자인 정체성 확립했다”

피아트그룹의 로렌초 라마치오티 디자인총괄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디자인 수준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기아차는 확고한 개성을 갖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라마치오티 총괄은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물론이고 마세라티, 페라리 등 그룹 내 모든 브랜드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인물이다. 페라리 ‘550 마라넬로’, ‘360 모데나’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영입하면서 기아차는 프로페셔널하고 세계적인 디자인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기아차에 비해 아직 모험적인(adventurous) 단계에 있다”며 “슈라이어 사장이 현대·기아차의 디자인을 총괄하게 되면서 현대차의 디자인 또한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에서도 다양성을 강조했다. 라마치오티 총괄은 “너무 많은 디자인 요소를 담으려고 하면 오히려 원래 보여주고자 했던 디자인의 가치가 퇴색된다”며 “그룹 내 브랜드별로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디자인 정책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은 자동차의 가치를 지속시키는 작업으로 정해진 법칙은 없다”며 “자연, 레이싱카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