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전남 영암군 학산면 초안리 마을회관에서 왕인문해학교에 다니는 주민들이 글 공부를 하고 있다. 영암군 제공
#2. 영암군 영암읍에 사는 정후채 씨(72)는 지난해 12월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썼다. 광주농고를 졸업한 뒤 대학 문턱을 밟지 못한 게 평생의 한으로 남았던 정 씨는 ‘왕인대학’에 다니며 배움의 갈증을 풀었다. 왕인대학은 세한대(옛 대불대) 평생교육원이 영암군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1년 과정의 무료 평생교육 프로그램. 정 씨는 120명의 노인들과 함께 매주 월, 수요일 영암군 종합사회복지관 3층 대강당에서 건강, 역사, 지리, 한학 등 교양강좌를 듣고 틈나는 대로 현장학습을 다녔다.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왕인대학을 수료한 60세 이상 노인은 모두 1373명. 정 씨는 “강사진이 잘 짜여 있고 실버시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자랑했다.
#3. 왕인문해학교는 노인들의 ‘글 깨움터’다. 처음 문을 연 2008년 당시 영암에서 글을 모르는 65세 이상 노인이 7000여 명이나 됐다. 그동안 문해학교를 다닌 노인은 5712명. 배움의 때를 놓쳐 한평생을 ‘까막눈’으로 지낸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글을 깨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개설된 제6기 문해학교에는 65개 마을, 854명의 어르신이 참여했다. 노인들은 글자뿐만 아니라 터미널에서 버스승차권 사는 법, 은행자동화기기 사용법, 관공서 서류 떼기 등 현장학습도 한다. 노인들을 가르치는 교육지도사 80명도 모두 영암 사람들이다. 이들은 교통비 등 실비만 받고 자원봉사하고 있다. 6년째 교육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하태연 씨(80)는 “글을 모르시는 분이 한 사람도 없도록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영암군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희망복지지원단 업무평가에서 최우수기관, 복지종합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2006년 복지평가와 2007년 주민생활지원서비스 혁신평가 대통령상, 2008년 복지종합평가 우수상에 이은 7년 연속 복지 분야 수상이다. ‘달 뜨는 집’은 민관협동 복지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영암군이 영암지역자활센터와 손잡고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사업에 나선 것은 2006년. 군서면 월곡마을의 1호 ‘달 뜨는 집’을 건립한 이후 지금까지 6호가 건립돼 26가구가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수시로 이곳을 찾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청소도 해주고 밑반찬도 만들어 주고 말벗도 되어준다. 영암군은 다음 달 삼호읍에 7호 입주식을 갖는 등 올해 2동을 건립할 예정이다.
○ ‘복지천국’ 종합사회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은 영암군의 ‘복지 메카’다. 이곳에서는 노인, 여성, 장애인,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연중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 교양프로그램 왕인대학을 비롯해 ‘찾아가는 노인대학’ ‘행복한 시니어 교실’이 개설돼 복지관은 1년 내내 노인들로 북적인다.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늘리기 위한 여성자치대학, 한식조리 등 직업훈련도 호응을 얻고 있다. 무지개 합창단, 운전면허 취득반 등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사회적응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체계적인 재활교육은 복지관의 자랑거리다. 언어·물리 재활치료실을 운영하고 직업 및 취미교육,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 연간 장애인 1만800명이 이용하고 있다. 민병훈 영암군 희망복지지원담당은 “노인복지, 자원봉사, 자활고용 등 업무를 통합해 처리하다 보니 복지 사각지대가 없다”며 “전국에서 복지행정 노하우를 배우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