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네이버스 학교폭력 예방교육 가보니
“여러분은 학교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 꼭 방어해주는 사람이 되세요” 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중앙동 신봉초등학교에서 굿네이버스가 주최한 학교폭력예방교육이 열렸다.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강사의 교육 내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고양이는 사랑스러우니까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에이, 도둑고양이는 더러워요. 기분이 나쁠 것 같아요.”(학생들)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사 전주은 씨(44·여)가 동영상 자료를 보여주며 묻자 학생들은 손을 들고 서로 다른 대답을 했다. 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중앙동의 신봉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에서다. 이 학교 학생 22명이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 강사는 “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기분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에서 영주는 실수로 반에서 가장 잘나가는 지혜의 옷에 물을 쏟았지만 말과 행동이 느려 바로 사과하지 못했어요. 그러자 영주는 뻔뻔한 아이가 돼 왕따를 당하고 있어요.”
강사가 그림자극을 보여주며 왕따 상황을 설명했다. 영주의 사소한 실수로 반 학생들까지 나서 영주를 괴롭히거나 모른 척하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저건 영주가 나쁜 건 아닌데…”, “지혜보다 반 친구들이 더 나빠”라고 했다. 강사는 38명의 목격자가 있었지만 ‘누군가는 신고하겠지’라며 방관만 하다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미국의 제노비스 살인사건을 보여주며 “알면서 모른 체하는 무관심이 왕따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영주의 입장이 돼서 모두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크게 말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 ‘약속 게시판’을 만들어 ‘나쁜 소문 퍼뜨리지 않기’, ‘나와 다른 친구 모습 인정하기’ 등의 문구를 써넣었다. 수업을 들은 강예현 양은 “학교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 옆에서 위로해 주고 다른 친구들과도 얘기를 나눠 적극적인 방어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명진 군은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가해자를 먼저 말리고 피해자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 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휘말릴까 봐 방관자가 되라고 하지만 잘못을 지적하는 방어자가 돼야 학교폭력이 예방된다”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