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너지 “진상파악뒤 후속 조치… 당사자, 승무원에 직접 용서 구할 것” 대한항공, 형사고발 등 법적조치 포기… 여론은 “처벌 강화해야” 부글부글
포스코에너지의 임원 A 씨가 비행기에서 기내식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22일 A 씨를 임원에서 보직해임했다. 경찰은 A 씨를 폭행 혐의 등으로 수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항공사는 A 씨에 대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에 대해 미온적 대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임원회의를 통해 A 씨에 대한 형사고발 등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당시 여객기 기장(52)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 관제탑에 A 씨의 폭행 사실을 신고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고발 등 추가적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폭행을 당한 여승무원이 직접 A 씨를 고소하거나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FBI가 조사했기 때문에 추가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밝혔지만 FBI는 A 씨에게 미국에 입국해 추가 조사를 받겠느냐, 한국으로 돌아가겠느냐고 물었을 뿐 A 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끝낸 게 아니었다. A 씨가 한국행을 택했기 때문에 당연히 대한항공이 한국 공항 당국에 같은 내용을 신고해 경찰 조사를 받게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A 씨가 17일 오전 대한항공 여객기편으로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때 공항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A 씨는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은 채 귀가했다.
국내의 또 다른 항공사는 승객의 난동 행위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이 항공사는 지난해 승객 4명이 항공기에서 추행과 폭행, 폭언 등을 했다는 승무원의 보고를 받고 이 가운데 3명을 국내 경찰에 넘겨 처벌을 받게 했다. 1명은 기장의 경고를 듣고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A 씨의 폭언과 폭행으로 상처받은 여승무원의 인권이나 기내 난동 근절이라는 공익을 지키기보다 사건의 여파가 확대돼 항공사의 경영이나 이미지가 타격받을 것을 우려해 ‘쉬쉬’하는 관행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행기 승객들의 승무원을 상대로 한 폭행이나 성희롱 등을 막기 위해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운항 중인 여객기에서 승객이 승무원에게 규정을 위반한 난동 등을 부릴 경우 도착지 보안당국은 물론이고 국내 경찰에도 의무적으로 신고해 처벌받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에너지는 22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물어 A 씨를 보직해임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철저히 진상을 파악한 뒤 해고 등 후속 인사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해당 항공사와 승무원이 허락한다면 경영진과 당사자가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A 씨도 사내에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포스코에너지 홈페이지는 누리꾼들의 접속 폭주로 온종일 접속하기 힘들었다. 인터넷에는 하루 종일 A 씨의 행동을 비난하고 패러디하는 내용이 넘쳤다. 하지만 일각에선 A 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인신공격성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금천·장강명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