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추행의도 없더라도 수치심 유발”
지난해 3월 26일 오후 5시 반경 울산 울주군의 한 마을의 가게 앞. A 씨(72·무직)는 풍선을 불며 놀고 있던 여자 초등학생 B 양(9)과 C 양(11)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둘을 양팔로 안은 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볼에 입을 맞췄다. 어린아이들은 처음 본 노인의 ‘기습 뽀뽀’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학생 친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A 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울산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동윤)는 A 씨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죄(강제 추행)로 벌금 500만 원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라고 22일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도 공개된다.
A 씨는 “손녀 같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귀엽고 예쁘다’는 애정표현을 했을 뿐이다.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고 추행할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볼에 입을 맞출 때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다. 기분이 나쁘고 당황했다’고 진술했다”며 “피해 학생들이 성(性)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는 상황인 데다 피고인의 행동이 성욕을 충족시키려는 의도가 없었다 해도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강제 추행”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감안해 벌금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