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댓글 수사’ 사건 축소지시 의혹당시 수사과장 “경찰청서도 연락와… 발표문外 언급땐 가만 안둔다 경고”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 수사 과정에서 경찰 윗선의 사건 축소 지시가 있었다는 수사 실무 책임자의 폭로에 대해 경찰이 진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도 부당 수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의 불똥이 경찰 고위층의 부당한 외압 행사 여부를 규명하는 쪽으로 번지면서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실무팀장이었던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부당 수사 개입 의혹을) 발언한 배경과 관계없이 권 과장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경찰청 감사관실 주관으로 진상조사를 할 방침”이라며 “권 과장의 주장이 잘못되거나 과장된 것으로 밝혀지면 권 과장에 대한 감찰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도 이날 당시 수사팀의 최상위 보고라인에 있었던 김 전 청장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으로 넘겨 국정원 댓글 사건과 병합해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청장 등 이명박 정부의 권력기관 책임자 2명을 동시에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앞서 민주통합당은 경찰이 대통령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11시 “선거에 영향을 줄 만한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중간수사 결과를 갑자기 발표한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과 경찰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김 전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1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권 과장은 22일 다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국정원 여직원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당시 서울경찰청과 수사팀이 상의해 핵심 키워드를 4개로 추렸다”는 경찰청 해명에 대해 “처음에 건넨 78개 키워드를 4개로 줄이라고 서울청에서 일방적인 지시가 내려왔다. ‘상의’라는 표현이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또 “여직원 재소환 당시 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앞두고 경찰청에서 ‘기재된 멘트(오늘 진행된 피의자 신문 결과를 바탕으로 내용 분석하겠다) 외에 단 한마디라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연락이 와 딱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두 군데서 문서가 아닌 구두로 연락을 받았으며 두 기관 실무자를 거쳐 고위 인사의 뜻이 나에게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신광영·조동주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