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을 가는 것을 ‘기내식을 먹는다’고 한다. 기내식의 질도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 등 좌석 급에 따라 다르다.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의 식사와 음료는 웬만한 호텔 못지않다. 와인이나 위스키 등도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다. 한국인을 위해 특별히 비빔밥 국수 라면도 준비해 놓고 있다. 주문을 받는 승무원이 승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거의 무릎을 꿇는 자세로 주문을 받는 ‘감동 서비스’는 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였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2007년 12월 부산발 서울행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 그는 “곧 이륙하니 좌석 등받이를 세워 달라”는 여승무원의 요청을 5차례나 무시했다. 되레 여승무원에게 “내가 누군데!”라며 폭언과 욕설을 했다. 기내 경고방송도 무시하고 경고장까지 찢어버린 그를 결국 항공사 직원들이 경찰에 넘겼다. 법원에서 그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새벽까지 마신 술이 화근이었다.
▷포스코에너지의 한 신임 임원이 15일 인천발 로스앤젤레스행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서 비빔밥이 설익었다고 불평하고 라면을 끓여 오라고 해놓고선 3차례나 ‘짜다’ ‘덜 익었다’며 퇴짜를 놨다. 급기야 기내식 주방에까지 들어가 잡지로 여승무원의 얼굴을 때렸다고 한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자마자 기장의 신고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고 볼일도 보지 못한 채 귀국했다. 하늘 위 비행기에선 기장과 승무원이 경찰 역할까지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다.
▷문제의 임원은 어제 보직 해임됐다. 딱딱한 철강회사 이미지를 탈피하고 친근한 기업상을 심기 위해 갖가지 사회공헌 활동을 해온 포스코그룹으로서도 상처를 입었다. 라면 회사에선 임원이 시킨 라면이 무엇인지 대한항공에 확인하는 소동도 벌였다. 봉지 라면도 하늘 위에서는 특별 서비스다. 입사 30년 만에 샐러리맨의 ‘별’이라는 임원이 되고, 비즈니스석에 앉아 극진한 서비스를 받다 보니 너무 우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임원의 소동 전말을 기록한 승무원의 일지가 인터넷에 떠다니고 누리꾼들이 임원의 신상정보까지 터는 것은 너무했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