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5일 클리블랜드 소속의 추신수(31·신시내티)는 샌프란시스코와의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조너선 산체스의 빠른 공에 왼손을 정통으로 얻어맞아 왼손 엄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몸쪽 공포증의 여파는 컸다. 6주 후 돌아왔지만 그해 타율 0.259에 8홈런에 그쳤다.
몸쪽 승부는 투수-타자 대결의 핵심이다. 몸쪽 공을 잘 던지는 투수는 타자의 공포감을 이용해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활용한다. 반대로 타자는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추신수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올해부터 신시내티 톱타자로 변신한 그는 2년 전 아픔을 잊고 몸쪽 공에 대한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했기 때문이다.
22일 경기에선 5타석 모두 출루에 성공하며 시즌 출루율 0.523으로 팀 동료 조이 보토(0.522)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 출루율 1위에 올랐다. 그 배경에는 타자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몸에 맞는 볼이 있었다.
추신수는 이날까지 18경기에서 9차례 공을 맞았다. 메이저리그 개인 최다 사구(死球)로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의 팀 전체 몸에 맞는 볼과 똑같은 개수다. 필라델피아와 휴스턴의 팀 전체 사구는 2개밖에 되지 않는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경기 후 “(추신수가) 약간 홈 플레이트 뒤로 물러섰으면 좋겠다. 이러다가 머리같이 민감한 부위에 공을 맞을까 걱정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 달 동안 9개의 몸에 맞는 볼은 1903년 마이크 돈린 이후 팀 역사상 110년 만의 기록이다.
하지만 정작 추신수는 담담하다.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몸에 맞는 볼은)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 머리나 뼈 등 민감한 부위에 공을 맞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타격은 무척 민감한 작업이다. 지금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몸쪽 공에 대한 극복은 호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추신수는 22일 현재 득점(17개)과 OPS(출루율+장타력·1.155)에서 내셔널리그 2위다. 타율(0.382)은 리그 3위.
지금 추세를 이어간다면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대박 계약도 바라볼 수 있다. 빠른 발을 가진 외야수 셰인 빅토리노가 올해 보스턴과 3년간 3900만 달러(약 437억 원)에 계약했고, 타점 생산 능력이 좋은 닉 스위셔가 클리블랜드와 최대 5년간 7000만 달러(약 784억 원)에 계약한 것을 감안하면 추신수는 계약 연수에 따라 1억 달러(약 1120억 원)를 돌파할 수도 있다. 그는 “모든 공에 집중한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한 개의 투구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추신수는 모든 투수가 두려워할 만한 톱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