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로보킹 2013년형.
이 단순한 상상에서 출발한 로봇청소기가 올해로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1976년 부산공장에서 진공청소기를 만들던 LG전자(당시 금성사)는 1980년대부터 청소기에 로봇 기능을 더한 로봇청소기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미국 아이로봇의 ‘룸바’에 뺏겼다. 당시 미국 타임지 등에서 룸바의 출시 소식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로봇청소기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LG전자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2003년 국내 첫 로봇청소기 ‘로보킹 1세대’가 출시됐다.
이후 10년은 로보킹에게 첫 모델의 실패로 생긴 편견을 극복하는 시간이었다. ‘로봇청소기는 멍청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LG전자 연구소는 매년 각종 신기술을 투입했다. 청소 기능은 물론이고 ‘로봇’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성능을 갖추자는 게 목표였다.
19일 찾은 LG전자 창원공장에는 냉장고와 세탁기를 조립하는 대형 라인의 한가운데에 약 200m²(약 60평)의 일반 가정집이 들어서 있었다. ‘커스터머 인사이트 랩(Customer Insight Lab)’이라고 적힌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무 바닥이 깔린 마루와 부엌, 방 4개로 구성된 전형적인 한국 가정이 나타났다. 소비자의 실제 거주환경과 똑같이 꾸며 제품이 얼마나 사용하기 편리한지 실험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선 하루 종일 10여 대의 로보킹이 냉장고, 에어컨 등 전자제품 사이를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바닥의 재질과 색, 조명, 벽지 등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로보킹의 청소 및 주행 성능을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커스터머 인사이트 랩에서 만난 심인보 책임연구원은 2003년 입사 이후 10년 동안 로봇청소기만 개발해왔다. 그는 “이 3kg짜리 로봇청소기에 최첨단 소프트웨어와 초음파인식 센서, 저소음의 AC모터와 고출력 DC모터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BLDC모터, 리튬폴리머 배터리 등 최신 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2005년 출시한 ‘로보킹 2세대’는 사실상 실패작이었던 1세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외선으로 장애물을 인지하는 센서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사용하던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장착했다. 2007년에는 스스로 집으로 돌아가 자동 충전하는 기능이 추가됐고, 2008년 나온 로보킹 4세대는 처음으로 자기 위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주행방향이 제멋대로였던 과거와 달리 위치인식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로보킹 4세대부터는 스스로 이미 청소한 곳을 또 청소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게 된 것이다.
2009년 이후 출시된 로보킹에는 30만 화소 카메라도 달렸다. 상단과 하단, 정면에 각각 카메라를 부착해 사용자가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보며 원격조종을 할 수 있게 했다. 로보킹이 청소하고 지나간 공간은 자동으로 지도로 완성돼 주인에게 메시지로 전송된다.
디지털 범핑 인식 센서가 달려 있어 장애물과 충돌할 것 같으면 알아서 후진도 한다. 음성 및 동작인식 기능도 추가됐다. “로보킹, 청소 시작”이라고 말하면 알아서 청소하고 “로보킹, 이리 와”라고 하면 애완견 마냥 쪼르르 온다. 박수를 두 번 치면 청소는 자동으로 중단된다.
김봉주 책임연구원은 “미래에는 로봇청소기가 홀몸노인을 돌보거나 맞벌이 엄마를 대신해 아이들을 지켜보는 가정부, 외부 침입을 감지하는 지킴이 역할까지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로봇청소기를 가장 스마트한 가전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창원=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