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티스 ‘이카루스’ (1946년, 소묘, 43.4×34.1cm, 퐁피두센터)
과감한 색채와 단순한 형태로 많은 걸 상상하게 만드는 이 그림은 마티스의 ‘이카루스’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이카루스는 날개를 밀랍으로 붙이고 태양에 너무 가깝게 날다가 밀랍이 녹아내려 바다로 추락하게 되는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입니다. 하늘 높이 올라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과욕을 부렸고, 결국 바다로 떨어져 죽게 된 것이죠.
극적인 장면을 단순하고 강렬하게 표현한 마티스
마티스는 이카루스가 한없이 추락하는 장면을 이렇게 보여줍니다. 파란색 하늘을 배경으로 이카루스의 가슴에는 아직은 정신없이 뛰고 있는 빨간 심장이 있고, 주변에는 밀랍으로 붙인 날개 깃털이 노란색 섬광처럼 퍼덕이며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극적인 장면을 이렇게 단순하고 강렬하게 표현하다니…. 마티스의 대단한 능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카루스처럼 무리수를 두고 승승장구할 때의 쾌감도, 무리수를 두다 결국 내 발등을 찍고 마는 절망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카루스는 감히 태양까지 날아올랐다 떨어져서 신화가 되었지만, 사람은 그렇게 쉽게 신화가 되지는 않죠? 고로 최악의 순간이 최후가 되는 경우도 흔치 않습니다. 더 떨어질 곳이 없으면 올라갈 길 밖에 없는 게 그나마 위안이되겠죠.
그림 속 이카루스는 어떤 마음으로 소리를 지르며 떨어지고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밑도 끝도 없이 ‘괜찮아. 잘 될 거야’ 라는 말이 위로가 되나요? 그보다는 ‘그래. 너 안 괜찮구나. 마음 가는대로 해봐’는 어떤가요? 안 괜찮은 걸 넋 놓고 바라보고 난 후에는 괜찮은 길을 찾는 게 우리들이니까요.
지금 안 괜찮으면 어떤가요? 삶은 계속 되는데…마티스의 그림에는 과감한 이카루스 안에서 살아야 하는, 혹은 살아내야 하는 우리네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글쓴이 이지현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