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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로 읽는 세상] 윽박 대신 격려로…선수들 자신감에 날개 달자

입력 | 2013-04-24 07:00:00


■ 공포와 힐링

2012∼2013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의 화두는 서브리시브였다.

IBK기업은행의 목적타 서브는 강력했다. GS칼텍스는 레프트 한송이와 리베로 나현정이 서브리시브를 부담스러워 하자 3차전부터 더블리베로를 들고 나왔다. 시즌 때 단 한 번도 해보지 않던 것이었다. GS는 서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시리즈에서 졌다.

오래 전 일이다. 대학 야구팀의 어느 감독은 구타로 유명했다. 훈련이 힘들어 도망갔다가 돌아온 선수가 2박3일간 감독에게 맞았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 대학 선수 한 명이 경기 도중 큰 사고를 쳤다. 외야수였는데 실책을 했다. 이닝 교체 때 그 선수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지 않고 냅다 펜스를 넘어 줄행랑을 쳤다. 경기 도중에 벌어진 황당한 일이었다. 자신의 실수가 만든 감독의 분노를 겁낸 그 선수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한화 이글스가 13연패를 했다. K리그 클래식 지난해 챔피언 FC서울도 8경기 만에야 이겼다. 패배가 길어지면 선수들은 위축된다. 1987년 프로야구 청보 핀토스는 팀이 연패에 빠지자 심리학자를 불러 선수들을 상대로 강의를 했다.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패배에 대한 심리적 접근을 했다. 학습적 패배의식이란 말이 그때 야구계에 회자됐다. 당시 야구계는 무시했지만 지금은 스포츠에서 심리학적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 안다.

모든 선수들은 실수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 그것을 이겨내는 선수는 흔히 말하는 배짱이 큰 선수고 극복하지 못하는 선수는 새가슴이다. 그동안은 큰 가슴과 새가슴의 차이가 선천적이라고 믿었지만 팀의 문화와 전통, 지도자, 훈련방법 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큰 경기에 강한 팀에서 지내다보면 자연히 그 상황에 익숙해지고 선수 자신도 모르게 심장도 커진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시간과 경험 그리고 격려다.

윽박 지른다고 모든 선수가 강심장이 되지 않는다. 실패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후유증이 없어야 그 선수는 공포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선수들이 특정 상황에 부담을 가지는 것은 어릴 때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실패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깊어서다. 도망간 야구선수처럼 실패가 만든 트라우마가 크면 치료는 쉽지 않다.

프로야구 스타 가운데 특별한 상황에 움츠려드는 선수가 많다. 레전드급 3루수 한대화는 뜻밖에도 플라이볼을 두려워했고, 100승 투수 김상진은 번트수비를 끝까지 무서워했다.

요즘 힐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스포츠선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다. 실수로 마음의 상처가 깊어진 선수에게는 힐링이 공포를 극복하는 좋은 약이다. 특히 실수를 한 유소년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책이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는 격려다. 혹시라도 어린 선수들에게 매를 드려는 지도가가 있다면 이 생각을 해주길 바란다. 당신이 든 사랑이나 지도로 포장된 매가 그 선수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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