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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상자 하나면… 나도 아파트 텃밭농부

입력 | 2013-04-24 03:00:00

전용상자 사거나 폐스티로폼 재활용… 채소 따라 ‘상자텃밭’ 크기 정해야
자치구별 ‘농부학교’ 영농교육 알차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순영 씨(34)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다가 아파트 베란다로 나섰다. 베란다에는 스티로폼으로 된 상자텃밭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김 씨는 비빔밥 재료로 쓸 상추를 땄다. 지난해 가을엔 베란다에서 키운 고추와 배추로 김치도 담갔다. 김 씨는 “밖에서 사온 채소는 안전한지 걱정됐는데 내가 직접 키우니 안심하고 먹는다”며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상추, 깻잎, 고추 등 반찬거리 정도는 너끈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힐링’이란 단어로 대표되는 정서적 안정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려는 도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9일 강동구청에서 개최한 텃밭 채소 가꾸기 강좌에는 예정인원 500여 명의 2배가 넘는 1200여 명이 몰렸다. 하지만 수요가 많다 보니 민영 주말농장이나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공영텃밭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 대안으로 요즘 각광받는 게 집안에서, 옥상에서, 회사 사무실에서 직접 채소를 가꿀 수 있는 ‘상자텃밭’이다. 상자텃밭에 관심이 있는 초보자들을 위해 권혁현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장에게 집에서도 쉽게 키우는 방법을 들어봤다.

상자텃밭은 지역 원예자재센터나 종묘사, 화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몇천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크기와 재질이 다양해 장단점을 고려하여 구입해야 한다. 목재는 통기성이 좋고 보기도 좋지만 썩기 쉽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저렴하지만 통기성이 나쁘고 여름에 고온으로 식물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토기는 통기성이 좋고 오래 쓸 수 있지만 무겁고 깨지기 쉽다. 구하기 힘들면 스티로폼 상자를 재활용해도 된다.

키우려는 채소에 따라서도 상자텃밭의 용량이 달라진다. 8∼15L 정도의 작은 상자는 상추 등 재배기간이 짧은 채소나 키가 크지 않은 잎채소에 적합하다. 25L 이상의 큰 상자는 오이나 가지 등 키가 크게 자라는 채소나 무와 같이 뿌리가 깊게 자라는 채소를 심는다.

흙을 고를 때는 물 빠짐이 좋은 사양토, 병해가 없는 깨끗한 흙, 인공 용토(원예자재 판매상이나 화원 등에서 파는 원예용 흙) 등을 고르면 된다. 비료는 친환경 비료를 선택한 뒤 석회나 붕소를 넣어서 활용한다.

상자텃밭이 준비됐으면 씨를 뿌린다. 씨 뿌리는 방법은 점뿌림, 줄뿌림, 흩뿌림 등이 있다. 초보자는 시간이 좀 걸려도 한 곳에 2, 3알씩 5cm 정도 간격을 두고 뿌리는 점뿌림을 하는 것이 낫다. 종자도 절약되고 나중에 솎아낼 때도 편하다. 초보자는 모종을 사서 심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화원이나 원예자재센터에서 살 수 있다. 상추 등은 잎이 4, 5장인 것을, 고추 가지 토마토는 첫 꽃이 막 맺혔거나 꽃이 핀 것을 구입하면 된다.

자치구별로 운영하는 도시농부학교를 찾는 것도 좋다. 시 농업기술센터 전문지도사들이 상자텃밭 만들기, 텃밭 채소 가꾸기, 음식물 퇴비 만들기 등 실생활에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영농기술을 가르쳐 준다. 서울시는 올해 10월까지 60회에 걸쳐 8000명을 대상으로 교육할 계획이다. 각 자치구 도시농업담당 부서에 문의하면 된다.

이 밖에도 시 농업기술센터는 귀농귀촌 교육, 전문가양성 교육, 그린투어, 가정원예 교육, 친환경농업 체험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한다.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agro.seoul.go.kr)에서 교육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02-459-8993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