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진국 한노총 위원장 朴정부 노동정책에 쓴소리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문진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64·사진)이 박근혜정부의 노동정책에 ‘쓴소리’를 던졌다. 특히 현재 상황에서 노사정 대타협은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하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을 경계했다.
문 위원장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회관에서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조법 개정 등 노동계 현안에 대한 대화가 없는데 지금 노사정 대타협을 남발해선 안 된다”며 “현안이 우선 해결돼야 대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두 달 동안 노사정 대타협을 해야 한다는 말만 있었을 뿐 실질적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초 노동계 안팎에서는 5월 1일 노동절 전후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노동절 마라톤을 사상 처음으로 공동 주최키로 하자 정부와 기업, 노동계 사이에 대타협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문 위원장은 “정부 쪽에서 (대타협을 위한) 접촉이 없었는데 우리가 먼저 나설 순 없는 것 아니냐”며 “마라톤은 경총과 노총이 공감대를 형성해서 진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특히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 개선을 우선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며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 애초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전임자 수를 줄이려는 취지가 컸지만 중소기업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또 상급단체 파견을 인정하지 않아 노총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대통령이나 정부 측이 이런 문제에 대해 명확히 언급한 적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노사 노정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한 것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문 위원장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대타협이 가능한데 솔직히 그동안 정부의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웠다”며 “이번에 대통령이 직접 말했으니 무언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