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發 ‘흡연 논란’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이 22일 시애틀과의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TV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2011년 워싱턴 감독의 흡연 모습.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경기 중 더그아웃 내 흡연을 금지하는 규정은 따로 없다. 금연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2년 전부터 씹는담배에 대해서는 경기 중 휴대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유에스에이투데이 홈페이지
워싱턴 감독의 못 말리는 담배 사랑은 팀 간판 타자였던 마크 테세이라(뉴욕 양키스)와의 갈등의 원인이 됐다. 2007년 테세이라는 워싱턴 감독의 더그아웃 내 흡연에 대해 여러 차례 팀 동료들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단지 담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는 워싱턴 감독과 마찰을 빚다가 그해 7월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왕젠민(대만)도 2005년 양키스에 입단했을 당시 라커룸에서 멋모르고 담배를 꺼냈다가 팀 동료들의 비난을 받았고, 올해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도 스프링캠프 도중 달리기 훈련에서 꼴찌를 하자 “담배를 끊어라”는 현지 언론의 지적을 받았다.
축구와 농구, 배구 등에 비해 야구 선수 중에는 유독 흡연자가 많다. 경기 중간 쉬는 시간이 많기도 하거니와 다른 종목과 달리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안타 제조기로 이름을 날렸던 국내 프로야구 J 선수(36)가 있다. 그는 한때 굳은 금연 결심을 하고 한동안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데 몇 경기 무안타에 그치더니 다시 담배를 찾았고 공교롭게 그때부터 안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틈틈이 담배를 피우며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스트레스 탈출구로 ‘흡연파’로 전향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지난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가 대표적이다. P 선수(34)와 J 선수(33) 등은 30대 초중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담배를 처음 손에 들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흡연을 하지 않는 선수가 더 오래, 그리고 더 건강히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인 최향남(42·KIA),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홈런을 펑펑 쳐 대는 이승엽, 한국 나이 40에 여전히 포수 마스크를 쓰는 조인성(39·SK) 등은 모두 비흡연자이다. 물론 ‘늘 푸른 소나무’ 김용수처럼 담배를 피우면서도 40세 넘게 선수 생활을 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50세까지 현역 생활을 연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