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담화 취지 부정… 외교 파장의원 168명 사상최대 야스쿠니 참배한국 외교부 “日 역사인식 심히 우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 ‘침략’의 정의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는 역사인식을 표명했다. 이는 담화의 근본 취지를 부정하는 의미로 읽혀 외교적인 파문이 예상된다. 또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식민지 시혜론’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일본의 여야 국회의원 168명은 이날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4시경 일본 극우단체 ‘간바레 닛폰(힘내라 일본)’ 회원 80여 명은 어선 10척에 나눠 타고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해역에 들어갔다가 낮 12시경 물러났다. 중국 정부는 오전 7시 20분경부터 1시간 동안 해양감시선 8척을 센카쿠 영해에 진입시켜 맞대응했다. 동북아시아의 갈등 요소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한일, 중일 관계가 당분간 크게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측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무라야마 담화의 의미를 폄훼했다.
야마구치 슌이치(山口俊一) 재무 부대신 등 일본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168명은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참배 인원이 100명을 넘어선 것은 2005년 10월 이후 처음이며 관련 기록이 있는 198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범죄자들이 합사된 곳이자 전쟁을 미화하는 시설”이라며 일본 정치인들의 깊은 성찰을 촉구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이정은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