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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 제작 ‘전국노래자랑’, 흥행 예감

입력 | 2013-04-24 09:18:00


동아일보 DB

전국노래자랑. 개그맨이 아닌 영화인으로 불리고 싶어하는 이경규가 3번째 제작한 영화다.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복수혈전'의 처절한 실패를 맛 본 후 이경규는 한발 물러서는 전략을 세웠다. 제작자로 후방 지원을 선택한 것. 그렇게 탄생한 '복면달호'는 이경규에게 흑자를 안겨줬다. 이번 전국노래자랑은 복면달호 이후 6년만에 이경규가 다시 제작한 영화다.

이번에도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까.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영화를 들여다 보자.
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TV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는 참가자 100만명, 본선 출연자 3만명, 관람객수 1000만명이라는 대기록만큼이나 다양한 이들의 사연이 녹아 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면 어딘가 내주변에 있을 것 같은 소시민들의 평범한 얘기가 영화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가수와 '미애 남편'이라는 '투잡'을 꿈꿨던 '봉남'(김인권 분)은 낮에는 아내 미애(류현경)의 미용실 조수로,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셔터맨'이다.

넘치는 끼와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의 눈에 어느 날 '전국노래자랑' 김해시편을 알리는 현수막이 들어오고, 봉남은 아내 몰래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준비한다.


연애 시절 "오빠는 노래할 때가 제일 멋있어요. 평생 노래하세요"라며 봉남의 꿈을 응원했던 미애지만 지금 그녀에게 닥친 현실은 주인이 올려달라는 미용실 보증금 500만원이 없어 밤에 식당 주방일도 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이다.

미애는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팔다 '영국노래자랑'에 나가 세계적인 가수가 된 폴 포츠를 운운하는 봉남에게 차라리 휴대폰을 팔아 돈 한 푼이라도 더 벌어오라고 화를 낸다.

전국노래자랑 김해시편에 출연하려는 이들은 봉남처럼 꼭 가수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저마다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픈 사연을 하나씩 갖고 있다.

지역구 표심 관리를 위해 무대에 오른 다혈질의 음치 김해시장(김수미)과 시장을 전국노래자랑 본선에 무사히 출연시킨 뒤 자신의 승진을 꿈꾸는 만년 과장(오광록), 사장(김용건)의 지시로 산딸기 엑기스 '여심' 홍보에 나선 '동수'(유연석)와 '현자'(이초희)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그중 자꾸 노래 가사를 잊어버리는 '오영감'(오현경)과 손녀 '보리'(김환희)의 투닥거림은 영화가 단순히 가벼운 코믹물이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우리 주변의 얘기가 되도록 조용히 뒷받침한다.
보리가 캐나다로 떠나기 전 잠든 할아버지 옆에 가만히 누워 얼굴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할아버지도 같이 가자고 엄마에게 조르는 손녀에게 "안 심심타"는 오영감의 옆모습과 바람결에 들리는 풍경 소리는 보는 이의 가슴마저 먹먹하게 만든다.

평범하다면 지극히 평범하고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얘기들이 잔뜩 모였지만 '전국노래자랑'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씨줄과 날줄이 영리하게 엮여 있어 지루하지 않다.

관객에게 억지웃음이나 감동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도 영화의 장점이다. 아역부터 특별 출연한 '국민MC' 송해까지 배우들의 자연스럽고도 고른 호연이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눈물을 자아낸다.

영화에는 김광진의 '편지', 박기영의 '시작', 홍민의 '부모'를 비롯해 '전국노래자랑'의 단골 곡인 '카스바의 여인' '신토불이' '황진이' 등이 등장해 듣는 즐거움도 안긴다.

극 중 봉남이 싸이의 '챔피언'과 부활의 '친구야 너는 아니'를 부르는 장면과 싸이의 '강남스타일' '젠틀맨'을 만든 작곡가 유건형이 쓴 '전국을 뒤집어놔' 뮤직비디오는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영화 '아저씨' 등에 출연했던 배우이자 독립영화 '앙상블' 등을 연출했던 이종필이 처음으로 상업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배우 김인권(96학번)은 이경규(79학번)의 동국대 연극영화과 직속 후배다.

5월1일 개봉. 상영시간 112분. 12세 이상 관람가.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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