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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스니커즈 예술, 발끝이 춤춘다

입력 | 2013-04-25 03:00:00

패션리더들, 장인의 손길 박힌 신발에 열광




위부터 남성용 화이트&블루 하이톱 스니커즈는 엠포리오 아르마니(59만 원), 진주 끈이 돋보이는 노란색 스니커즈는 러브 모스키노(21만 원), 신발 전체에 크리스털이 촘촘하게 박힌 핑크색 하이톱 스니커즈는 미우미우(100만 원대), 앞코의 뱀피 무늬가 인상적인 스니커즈는 랑방(79만 원), 앞코에 뾰족한 스터드가 박힌 남성 스니커즈는 크리스티앙 루부탱(가격 미정).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잊을 수 없는 소품이 있다면 그건 바로 배우 현빈의 반짝이 트레이닝복이 아닐까. 집에서 아무렇게나 입는 트레이닝복까지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옷’이라고 주장하는 현빈의 모습은 코믹했다. 실제 그런 옷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요즘 현빈의 반짝이 트레이닝복은 더이상 농담거리가 아니다. 고급스러운 ‘하이패션’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실제로 트레이닝복뿐 아니라 운동화, 스니커즈 등에 ‘장인의 손길’이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장인이 한 알 한 알 크리스털이나 스터드를 박은 스니커즈, 아찔한 힐의 모습을 간직한 하이톱 스니커즈(발목까지 올라온 부츠 스타일의 스니커즈) 등이 그것이다.

돈이 많든 적든 소비자들은 점점 더 편한 것을 원한다. 세계인의 옷차림은 점점 더 캐주얼해지고 있다. 고급 브랜드들은 스트리트 패션의 트렌드를 적극 디자인에 반영하되 하이패션의 정체성을 살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티셔츠로 일약 스타가 된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이나 자유로운 보헤미안 감성의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거대한 트렌드 속에서 A style은 ‘발끝’의 변화에 주목했다. 발이 편하면서도 호사를 누릴 수 있는 ‘한 땀 한 땀 스니커즈’를 찾아봤다. 아름다운 신발은 여자의 영원한 로망이다. 구두 대신 발 편한 운동화를 신는다 해도 그 로망은 변하지 않는다.


올 시즌 주요 트렌드 중 하나인 메탈릭 스니커즈. 왼쪽부터 필립 플레인(159만 원), 슈콤마보니(29만8000원), 필립 플레인(147만 원).

▼ 크리스털-스터드 빛나는 ‘쿠튀르’ 신고 사뿐사뿐 ▼


쿠튀르 스니커즈


스니커즈는 구두보다 편하다. 하지만 이 스니커즈를 신고 흙바닥을 걷긴 어려울 것 같다. 붐비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자칫 밟혔다간 마음이 상할 거다. 바로 스니커즈의 섬세한 장식 때문이다. 장인의 손길을 뜻하는 말이 된 ‘쿠튀르’와 길거리 패션의 상징 스니커즈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의외로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신발들이다.

‘미우미우’의 화려한 스니커즈는 이미 브랜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반짝이가 촘촘하게 달린 글리터링 슈즈가 인기를 얻었다. 올해에는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하이톱 슈즈도 나왔다. 앞코에는 물방울처럼 동그란 모양의 메탈 장식이 달려 있어 전체적으로 화려하다. 이 크리스털 하이톱 슈즈는 청바지뿐 아니라 스커트와 매치해도 전체 룩의 포인트가 될 법하다. 가격은 100만 원대.

미우미우의 또 다른 스테디셀러인 앞코에 커다란 크리스털이 달린 스니커즈. 신발 소재는 다양하게 나와 있다. 국내 매장에 입고된 제품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레드 벨벳 크리스털 스니커즈. 앞코의 크리스털 장식, 등판의 레드 벨벳이 고급스럽다. 국내 백화점에서 79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쿠튀르 스니커즈의 세계에서 프랑스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루부탱’을 빼놓을 수 없다. 빅뱅의 지드래곤이 신어 유명해진 루부탱의 스니커즈에는 독특한 스터드 장식과 반짝이 장식, 크리스털 등이 달려 있다. 가격도 100만∼200만 원대다.

새로 나온 루부탱의 남성 스니커즈는 올봄 트렌드를 집약해 놓은 듯하다. 앞코에는 루부탱 특유의 뾰족한 징이 촘촘히 붙어 있고 발등에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줄무늬 패턴이 그려져 있다.

메탈릭

이번 시즌에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 키워드는 바로 금속성이라는 뜻을 지닌 ‘메탈릭’이다. 얇은 알루미늄 막을 씌운 듯한 번쩍이는 재킷과 핸드백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메탈릭 코트를 입기 부담스러울 때에는 메탈릭한 스니커즈를 시도해 볼 만하다. 은색 하이힐의 유행처럼 스니커즈도 미래 세계에서 온 듯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섹시한 하이힐로 유명한 ‘슈콤마보니’는 메탈릭 트렌드에 알맞은 은색 하이톱 스니커즈를 선보이고 있다. 빈티지 느낌이 나는 은색 바탕에 커다란 스터드와 작은 스터드가 오묘하게 잘 어우러져 있다. 가격은 29만8000원.

최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매장을 낸 ‘필립 플레인’은 시크한 로커를 떠올리게 하는 ‘록시크’ 분위기가 담겨 있어 막 뜨고 있는 브랜드다. 이국적인 가죽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강렬한 스터드 장식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거칠지 않고 시크한 로커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필립 플레인의 하이톱 스니커즈도 그렇다. 반짝이는 은색과 깔끔한 흰색 가죽이 매치된 바탕에 금색 스터드 장식이 촘촘히 붙어 있다. 가격은 147만 원. 검정 가죽에 크리스털과 스터드가 장식된 하이톱 스니커즈는 159만 원.

하이힐

막상 예쁜 스니커즈를 사고도 신발장에 고이 모셔 놓게 될 때가 있다. 높은 구두를 신고 높은 공기에 익숙해지면 다시 내려오기가 겁나기 때문이다. 갑자기 자기 얼굴이 커 보이고 다리도 짧게 느껴진다.

이런 이들을 위해 나온 게 하이힐 스니커즈다. 7∼10cm 굽이 있지만 진짜 하이힐보다는 편한 신발이다. 숨겨진 7, 8cm 굽으로 유명한 하이톱 스니커즈 브랜드의 대표주자는 ‘이자벨 마랑’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은 봄에는 하이톱 슈즈로, 가을에는 앵클부츠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이다. ‘예쁘게 입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 멋이 난다’는 뜻으로 쓰이는 ‘에포트리스 시크(effortless chic)’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요즘 불황 속에서도 드물게 매출이 늘어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올봄에 눈에 띄는 이자벨 마랑 하이톱 슈즈는 바로 빈티지 데님 버전. 데님 소재에 끝부분은 찢어진 청바지처럼 살짝 해어져 있다. 데님의 특성상 사계절 내내 어색하지 않게 신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가격은 108만 원.
이자벨 마랑의 굽 있는 하이톱 스니커즈가 캐주얼에 가깝다면 보다 섹시한 하이힐을 닮은 스니커즈도 있다. ‘지미 추’와 ‘주세페 자노티’의 디자인 DNA가 스니커즈와 만나면 그렇게 된다.

지미 추는 갈색 스웨이드와 뱀피 소재가 믹스매치 된 하이힐 하이톱을 선보였다. 다른 하이톱과 달리 날렵한 디자인이라 스니커즈 특유의 둔탁한 느낌이 없다.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섹시한 구두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주세페 자노티의 하이톱도 날렵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레드 스웨이드 굽과 흰색 가죽으로 각기 색깔이 다른 벽돌을 쌓은 듯한 느낌을 준다. 가격은 118만 원.


실크 스카프에 어울릴 만한 문양이 스니커즈에 앉았다. 운동화 끈도 리본 소재를 쓴 스와르지 스와블루 스니커즈(36만5000원).

▼ 프린트, 강렬해 좋고… 10cm 굽인데도 편안해요 ▼


프린트&위트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러브 모스키노’. 러브 모스키노의 스니커즈는 위트가 있으면서 여성스럽다. 운동화끈 대신 진주알로 멋을 냈고, 뒤축의 빨간색 하트 모양이 귀엽다. 가격은 21만 원.

이탈리아 브랜드 ‘스와르지 스와블루 바이 어라운드 더 코너’는 스니커즈에 고대 문양을 담은 게 특징이다. 운동화끈도 실크 촉감의 리본이다. 신발의 모델마다 디자인과 문양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독특하면서도 예술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편집매장 ‘어라운드 더 코너’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36만5000원.

겐조와 반스의 협업 신발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로 벌써 세 번째다. 겐조의 2013년 봄여름 컬렉션을 지배하는 주요 ‘정글 프린트’를 반스의 운동화에서 엿볼 수 있다. 강렬한 노란색, 주황색에 특유의 표범무늬가 프린트돼 있다. 가격은 24만5000원.

스니커즈의 원조격인 컨버스는 미쏘니와 손을 잡고 미쏘니 특유의 프린트가 녹아 있는 스니커즈인 ‘오크랜드 레이서’를 선보였다. 1970년대의 조깅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오크랜드 레이서는 컨버스 압구정 직영매장과 미쏘니 매장에서 살 수 있다. 가격은 37만9000원.

색깔


봄 스니커즈를 논하면서 색깔을 빼놓을 수 없다. 코치의 핑크 파스텔톤 하이톱은 색깔 덕분에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뽐낼 수 있다. 가격은 37만5000원.

배우 고소영이 공항에서 신어 ‘고소영 스니커즈’로 유명한 브랜드인 ‘아쉬’는 녹색과 빨간색 하이톱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특히 빨간색 스니커즈는 미세한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메시’ 소재로 돼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게 신을 수 있다. 각각 30만 원대.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강렬한 노란색 에스파드류(바닥은 마를 엮어 만들고, 발등은 천으로 감싼 프랑스 신발)도 눈에 띈다. 발등에 왕실 문양 같은 견장 장식이 독특하다. 63만 원.

단순미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깔끔하고 심플한 게 가장 오래간다. ‘피에르 발망’의 하이톱 슈즈가 그렇다. 흰색과 검은색의 조합으로 깔끔하면서도 세련됐다. 가격은 93만 원.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남성 하이톱 슈즈는 남자친구나 남편이 신었으면 하는 딱 그런 깔끔한 디자인이다. 흰색과 푸른색의 조합으로 너무 무난하지도 않고 너무 튀지도 않는 딱 적당한 깔끔함이다. 가격은 59만 원.

‘어그 오스트레일리아’에 양털 부츠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성들의 발을 녹인 편안함만큼 남성들 발도 편안하게 만들어 줄 남성용 슬립온이 다양한 색깔로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회색 에스파드류에 가까운 슬립온 신발은 여름에 9분 바지와 매치하면 어울릴 것 같다. 가격은 19만8000원.

글=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사진=김덕창 포토그래퍼(studio 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