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만에 정규앨범… ‘歌王’ 귀환하던 날
“Hello” 歌王이 돌아왔다‘가왕’이 돌아왔다. 새 앨범 ‘헬로’를 들고 무대에 오른 가수 조용필은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는 뮤지션이었고, 그의 뒤에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팬들이 있었다.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조용필 신곡 발표회에서 열창하는 63세의 가수에게 2000명의 팬들은 뜨거운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이날 공연은 네이버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 곡 한 곡이 모두 타이틀 곡이라는 심정으로 작업했어요. 지금 (‘바운스’의) 가사에 나오듯이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해요(뛰어요).”
이날 공개된 ‘헬로’의 제작진 목록에는 국내외 젊은 음악인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수록곡 10곡 중 6곡을 미국 팝스타의 곡을 제작한 작곡가들이 만들었다. MGR(박용찬)와 박병준이 작곡과 프로듀스에 힘을 보탰다. 작사에는 아이유, 브라운아이드걸스, 박정현, 성시경, 이수영의 노랫말을 지은 한국인 작사가들이 참여했다.
조용필은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노랫말을 지은 ‘어느 날 귀로에서’ 한 곡만 작곡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한 테두리 안에서 계속 있는 것 같아서 자신을 한번 탈피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이번엔 최대한 밝게 가자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만든 곡을 완전히 배제하고 다른 것을 찾아보고자 했죠. 국내 작곡가들에게 의뢰하면 부담감 탓인지 너무 무거운 곡들만 나와서 저를 모르는 작곡가를 찾다 보니 외국으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깊이보다는 그냥 편안한 걸 찾았습니다. 나이 들어서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 열심히 연습했어요. 예순셋 된 사람 목소리가 아니라고 해서 기뻤어요. 그런데 (기사에서) 조용필하면 꼭 괄호치고 ‘63’을 넣더군요. 한 해 한 해가 아까워 죽겠는데….”
조용필은 2003년 부인 안진현 씨와 사별한 후 창작에 어려움도 겪었다고 했다. 사랑에 설레는 소년의 마음을 담은 ‘바운스’의 가사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음악을 정말 사랑합니다. 이게 팔자려니 하죠. 나이도 있고, 솔직히 누가 제게 오겠습니까. (그런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음악을 사랑합니다.”
“오빠” 연호‘오빠’의 목소리와 몸짓에 객석은 열렬히 반응했다. 23일 조용필 신곡 발표회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오빠”를 연호하며 그의 노래 안에서 하나가 됐다. 뉴시스
이날 시내 곳곳에서는 하루 종일 조용필의 신곡이 흘러나왔다. 서울 영풍문고 종로점 앞 인도에는 23일 오전 1시경부터 ‘헬로’를 사려는 500여 명의 팬이 길게 줄을 섰다. 친필 사인 음반 450장이 이곳 매장에 풀린다는 소식을 들은 팬클럽 회원들이 출동한 것.
오후 8시부터 올림픽홀에서 열린 신곡 발표회에서는 젊은 후배 음악인들의 헌정 무대가 펼쳐졌다. 록 밴드 국카스텐은 ‘모나리자’, 박정현은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전자음악그룹 이디오테잎은 ‘단발머리’, 자우림은 ‘꿈’을 재해석해 들려줬다. 남성 아이돌그룹 팬텀은 자신들의 히트곡 ‘조용필처럼’을 들려줬다. 조용필은 마지막에 무대에 올라 ‘바운스’ ‘어느 날 귀로에서’ ‘헬로’를 열정적으로 연주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팬들은 비가 오는데도 하루 종일 ‘조용필의 날’을 즐겼다. 오전 음반매장 앞에 몰렸던 팬들은 일찌감치 방이동으로 넘어와 ‘가왕’을 맞았다. 공연장 앞에서 만난 주부 송연희 씨(49)는 “오빠의 CD를 사려고 오늘 음반매장 앞에서 오전 6시 반부터 줄을 서 기다렸고 공연장 쪽에는 오후 2시에 도착했다. 젊어진 음악에 놀라기도 했지만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분이어서 의외는 아니었다. 랩을 좋아하는 25세 아들이 ‘바운스’를 듣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고 했다.
오랜만에 화제의 중심에 선 가왕은 벌써 다음 작품을 구상 중이다. 조용필은 “전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바로 20집 작업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노래가) 제가 들어서 좋고 당신이 들어서 좋으면 모두 다 좋아할 수 있는 곡 아닐까요. 제 위치를 지켜가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헬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