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 백 장인 모셔왔죠… 선글라스-장갑도 떴다니까요”
‘가치소비의 상징’, ‘K(한류)패션의 기대주’로 꼽히는 브랜드 ‘쿠론’을 만든 석정혜 이사. 쿠론 ‘스테파니 클래식’ 핸드백의 이번 시즌 인기 컬러 중 하나인 베이비핑크색 모델 뒤에서 포즈를 취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쿠론의 이번 시즌 대표 스타일을 보여주는 화보. 쿠론 제공
기자가 처음 석 이사를 만난 것은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에서였다. 파리에서 열리는 트레이드 쇼, ‘방돔 럭셔리’ 행사에 처음 참여한 쿠론의 행보를 취재하기 위해 떠난 출장길에서 체구는 작지만 존재감은 커 보이는 석 이사와 처음 인사를 나눴다.
아담한 키로 스니커즈 하나 신고 성큼성큼 파리 시내를 활보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시크한 첫인상과는 달리 사석에선 이내 친한 ‘동네 언니’처럼 친근해지는 모습도 매력적인 반전으로 느껴졌다.
당시 백화점 30개 매장에 입점했던 쿠론은 그해 말까지 매장을 46개까지 늘리더니 올해는 65개를 꾸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12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2년 40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6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만난 석 이사는 아직 이 정도 성공에 성취감을 만끽할 여유는 없어 보였다. 인터뷰 장소였던 서울시내의 한 쿠론 매장에 도착한 그는 기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마자 진열된 제품을 모두 꺼내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상이 곧 일이고 일이 곧 일상’이라고 그가 농담처럼 말해왔던 것들이 모두 사실이었던 모양.
주문 물량이 늘자 쿠론은 지난해 6월 전용 공장을 열었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되 품질은 최고로 유지하자’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R&D)에도 더욱 노력 중이다.
“해외 유명 핸드백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던 기술자를 어렵게 모셔 왔어요. 결국 핸드백의 저력은 장인정신에 달려 있으니까요.”
석 이사는 패션 자재 관련 사업을 하다 두 번의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당시 국내 경기 상황 탓이 컸지만 마음은 크게 위축됐다.
“그 이후 디자이너 핸드백을 만든다고 했을 때 모두 잘 안 될 거라고 했어요. 유통업체 바이어들마저 여전히 핸드백은 누구나 식별 가능한 브랜드 로고가 ‘생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이것저것 따졌으면 아예 브랜드를 만들지 못했을 텐데 자신감 하나 믿고 밀어붙였어요.”
그의 삶을 동경하는 소비자 겸 팬은 적지 않다. 그래서 그의 페이스북은 늘 뜨겁게 달아오른다. “틈날 때마다 사진을 올리고 코멘트를 달면서 세상과 소통한다”는 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어느새 ‘찰칵’ 기자의 사진도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소통 능력, 부지런함, 신속성…. 한국인 유전자에 새겨진 이 장점들이 어떻게 ‘K(한류)-패션’에 옮겨질 수 있는지 입증하는 한 단면인 듯싶어 슬며시 웃음이 났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