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경제부 기자
이에 앞서 11일에도 김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하며 1분기(1∼3월) 성장률을 0.8%로 예상했습니다. 소비 등의 지표가 좋지 않았고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3%로 대폭 끌어내린 뒤여서 김 총재의 경기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설비·건설 투자가 개선됐고 수출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5일 한은이 공식 발표하는 1분기 성장률(속보치)이 김 총재의 공언대로 0.8% 또는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성장세가 미약하다’던 11일 한은의 경기 진단도 22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로 바뀌면서 경기회복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습니다. 일단 지표상으로는 틀리지 않습니다. 지난해 1분기 0.8%였던 성장률은 2분기(4∼6월) 0.3%, 3분기(7∼9월) 0%로 고꾸라진 뒤 4분기(10∼12월) 0.3%로 소폭 반등했습니다. 1분기 성장률이 0.8% 선을 보이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가능해 금리를 동결한 한은의 결정이 정당성을 얻게 됩니다.
한국 경제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김 총재도 이날 강연에서 “엔저 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지금보다 앞으로가 문제”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등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은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지켜내면서도, 한국경제가 맞닥뜨린 난제를 해결하기 하는 데 어떤 식으로 힘을 보탤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김유영 경제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