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워 센 대기업 생산직 최대 혜택대부분 사무직은 정년 연장 ‘그림의 떡’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정년 60세 보장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년연장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지금까지 사규나 단체협약으로 정년을 정해놓은 기업들이 법으로 직원들의 정년을 보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근로자가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부 대기업 생산직을 제외한 나머지는 현실적으로 정년까지 일하기 어려운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5세 이상 퇴직자 가운데 정년을 채운 사람은 10명 중 1명꼴(10.7%)에 그친다. 여성의 경우는 2.5%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채용 형태에 따라서도 정년 연장의 체감도가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동조합의 힘이 센 대기업 정규직 직원들은 정년이 늘어나는 동시에 임금 삭감 폭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 많은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7.4%에 그친다. 나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후 임금 삭감 폭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만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년 연장이 연착륙하려면 임금피크제를 불이익으로 보지 않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산직과 사무직의 차이도 예상된다. 이미 60세 정년 제도를 도입한 곳은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대규모 장치산업 분야로 생산직 직원이 많다. 생산직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도 스스로 정년 연장을 도입하는 분위기다. 3년 전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늘린 강원 횡성군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요즘처럼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적을 때는 정년을 늘려서라도 숙련된 직원을 두는 편이 낫다”고 전했다.
문제는 사무직 근로자다. 충남 서산시의 한 중소기업은 8년 전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렸지만 혜택은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돌아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문서 작성, 재무, 인사 같은 업무는 높은 임금을 주면서까지 숙련된 직원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직급체계가 중요한 사무직 근로자들은 정년 연장으로 부담이 늘어난 회사가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면 직원의 분포가 역삼각형으로 바뀌어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5년 정도인 부장 근무연한이 10년가량으로 늘어나면 사무실에 실무자는 없고 관리자만 넘쳐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