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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고 재기하고 싶은데 길이 안보여”

입력 | 2013-04-25 03:00:00

국민행복기금-신용회복지원제도… 보증채무자는 신청 자격조차 없어
금융당국 “구제하는 방안 긍정 검토”




2010년 부부가 함께 하던 사업이 악화돼 대출이 필요했던 김모 씨(46)는 부인의 연대보증을 서게 됐다. 하던 일은 계속 나빠져 결국 부인은 파산했고 김 씨는 6000만 원의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200만 원 남짓한 월급으로 다섯 식구가 생활하기에 벅차서 주말 아르바이트도 한다.

그는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감에 문의했다가 ‘신청 자격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낙담했다.

김 씨는 “와이프가 파산했기 때문에 사실상 주 채무자는 나지만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연대 보증인으로 돼 있어서 신청 자격이 안 된다”며 “부부 모두 파산하는 것은 피하고 싶어 어떻게든 빚을 갚고 재기하고 싶은데 지금은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의 구제 대상에 김 씨 같은 연대보증 채무자들은 빠져 있다. 주 채무자에 한해서만 신청이 가능하다. 본보가 취재한 31명 중 상당수는 채무자와 연락이 되지 않거나 채무자가 상환 능력을 잃어 어쩔 수 없이 대신 빚을 갚는 중이라고 답했다.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를 통한 채무감면, 이자율 조정, 분할상환 등의 신용회복지원제도 역시 연대보증 채무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국민행복기금과 마찬가지로 주 채무자에 한해서만 신청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신복위 관계자는 “연대보증 채무만 있다면 신용회복 지원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주 채무가 있으면서 연대보증 채무도 함께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연대보증 제도가 점차 폐지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기존 연대보증 피해자도 구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 연대보증을 서서 피해를 본 이들이 상당히 많다”며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민행복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연대보증 채무자들을 위한 구제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행복기금 관계자는 “주 채무자와 연락이 끊긴 채 홀로 힘겹게 빚을 갚고 있는 연대보증 채무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대보증 채무자가 행복기금에 신청할 수 있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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