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선배도 전에 ‘헤드윅’을 연습하다 감정이 차올라 눈물을 흘렸는데, 너무 창피해 바로 대기실로 뛰어 들어갔대요.”
아직은 눈물이 어려운 김신의(36)를 만났다. 김신의는 밴디 몽니의 리드 보컬이다. 그는 4월 26일 개막 예정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연출 이지나)에서 예수를 사랑하지만 배반하게 되는 유다 역할을 맡았다.
김신의는 2005년 밴드 몽니로 데뷔해 지난해 KBS 2TV ‘TOP밴드2’ TOP4에 오르는 등 로커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8년 ‘로 키호러픽처쇼’ 리프라프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처음 올랐고, 지난해 ‘락오브에이지’에서 스테이시 역을 연기해 뮤지컬 배우로서도 호평을 얻었다.
●로커에게 눈물이란
“제발 좀 울라고 하는데 아직 어색해요.”
김신의는 “지난주 내내 연출을 맡고 있는 이지나 선생님에게 혼났다”며 “노래만 부르며 연습할 때는 칭찬을 받는데 연기를 하니 지적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눈물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선생님이 저에게 ‘신파를 잘 못한다. 여기서는 울어야 한다. 제발 좀 울어라’라고 요구해요. 제가 눈물이 없는 건 아닌데 연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게 왜 이렇게 어색한지 모르겠어요.”
“도현이 형이 ‘헤드윅’ 연습 때 눈물을 흘려 ‘멘붕’이 온 적이 있대요. 대기실로 바로 뛰어 들어갔대요. 이 연출님이 ‘너도 로커니까 분명 그런 기질이 있을 거다. 꼭 깨야한다’고 말하시더라고요.”
눈물이 록스피릿에 배반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일까. 하지만 김신의는 그러한 록스피릿을 배반해서라도 연기를 잘 해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뮤지컬 개막 전에 반드시 한번 울려고요. 그래야 저도, 연출 선생님도 만족할 것 같아요.”(웃음)
●로커에게 마이크란
“선생님이 ‘가수들은 마이크가 없으면 바보 되는 기질이 있지’라며 어려워하는 부분을 딱 꼬집더라고요. 정말 마이크가 없으면 손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는 “지난해 뮤지컬 ‘락오브에이지’에서도 연기를 했지만, 로커 역할이어서 늘 마이크를 들고 기타를 메고 있었다”며 “이번 작품에서 진짜 연기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의의 어색한 손처리와 몸동작에 연출가의 지적이 이어졌고,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너무 많이 혼이 나서 ‘어쩌지?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매니저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어요. ‘지금 선생님의 격려가 필요하다. 나는 마치 사방에 이지나 고양이들로 둘러싸인 생쥐 같다. 이도 저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에는 모두가 만족할 김신의로 무대에 올라가겠다’라고요.”
그 후로 격려를 해줬느냐고 물었지만 “격려는 안 하시고 조금 부드러워지신 것 같았다”고 답했다.
김신의는 자신이 한 약속처럼 최선을 다했다. 김신의는 현장 스태프들의 동의를 구하며 “(스태프들은)알죠? 저 제일 일찍 연습실에 가고, 제일 늦게 집에 오면서 연습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예수 역할을 맡은 박은태와 마이클리 형에게 도움을 구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연기에 대해 물어봤다. 동선까지 짜주면서 도와주더라.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노력의 결과일까. 지금은 연출가 이지나에게 “이제 몸 좀 쓸 줄 아네”라는 칭찬도 듣는다. 이지나는 냉정할 때는 냉정하더라도 로커들을 위한 특별 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마지막 부분에 ‘수퍼스타’라는 곡을 부를 때 선생님이 저와 도현이 형 때문에 아예 마이크를 쥐여주셨어요. ‘이거 줄 테니까 너네 마음대로 해’라면서요. 마이크 드니까 정말 신 나더라고요. 숨 좀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에요.”
●김신의에게 연출가 이지나란
김신의와 인터뷰를 하며 유독 이지나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생쥐’ 김신의에게 ‘고양이’ 이지나는 어떤 존재일까? 두 사람의 인연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2008년도 ‘로키호러쇼’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났어요. 저는 당시 나이도 어렸고, 밴드하면서 겉멋도 좀 들어있었죠. 그때 동선을 왜 외워야하는 지 몰라 외우지 않았죠. 그때 선생님이 ‘너 같은 애 정~말 처음 본다. 어떻게 이런 애가 내 작품에 들어왔지?’라며 제대로 혼났어요.”
김신의는 목소리 흉내까지 내며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저는 당시에 뮤지컬에 큰 관심이 없어서 ‘뭐야, 이 아줌마. 나를 왜 혼내는 거야? 뮤지컬 다시는 안 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후 김신의는 뮤지컬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그의 말처럼 뮤지컬계의 ‘이지나 파워’를 알게 됐다. 이에 김신의는 지난해 우연히 식당에서 이지나를 만나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선생님이 ‘너 잘 지내니? 너 네 밴드 요새 좀 잘 되는 것 같더라?”라고 말하셨고 제가 ‘예전에는 제가 철이 없었죠’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최근 선생님의 트위터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음악, 제가 완성해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오디션을 보게 됐고요.”
다행히 김신의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유다 역에 뽑히게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쉽지 않은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이지나는 오디션 당시 김신의에게 “노래만 잘 부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연기 못한다고 나한테 되게 혼나지 않았니? 너 긴장해라”라고 경고했던 만큼 실제로 연습을 하며 그를 많이 혼냈다. 이 때문에 김신의는 연습 도중 진짜 예수님을 느끼는 경험(?)도 하게 됐다.
“유다가 마지막에 예수를 팔고, 예수에게 가서 부둥켜안고 막 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선생님에게 막 혼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예수 역 마이클리 형이 너무나 인자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거예요. 그 눈빛을 보고 딱 안기는데 정말 예수님한테 안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정말 큰 위로가 됐어요. 잘하고 있다고 격려도 해주시고…. 고마워요. 형”
김신의는 힘든 만큼 실력도 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이 끝나면 내가 정말 성장해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선생님이 무섭기는 하지만 정말 좋은 연출가다”며 그의 연출력에 대해 칭찬을 한다. 다음에도 선생님과 작품을 같이 하고 싶냐고 물으니 바로 “당연하죠!”라고 우렁차게 답한다.
●로커 김신의, 성장통을 겪고 진정한 배우로
“음악도 좋지만 뮤지컬도 계속 하고 싶어요. 연기를 정말 잘 하고 싶어요.”
인터뷰는 웃으며 재미있게 진행됐지만, 김신의의 연기에 대한 진지한 열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김신의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봤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며 그가 느낀 연기의 위대함을 이야기했다.
“영화 마지막에 최민식 씨가 유지태 씨에게 ‘나는 개다’라는 대사를 하고 혀로 구두를 핥으며 개 흉내 내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지? 분명 ‘액션, 큐’하고 연기를 했을 텐데 연기 같지가 않더라고요. 언젠가는 나도 저런 내공으로 연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의 매력에 흠뻑 빠졌죠.”
김신의가 뮤지컬 배우로서 최후에 도전하고 싶은 작품은 헤드윅. 그는 “‘락오브에이지’ 할 때도 헤드윅의 문신을 그리고 연기했다”며 “대사며 감정이 어려운 작품이니만큼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번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의 포부는 역대 최강의 유다를 보여주는 것.
“한지상과 윤도현 형에게 미안하지만, 최강 유다는 김신의가 될 거예요.(웃음) 지금도 에너지가 넘치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에너지를 더 터트릴 거거든요.”
깨지고 혼나도 김신의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은 굽혀지지 않나 보다. ‘역대 최강 유다’를 꿈꾸는 김신의, 뮤지컬 배우 김신의로서 ‘역대 최강 연기’를 선보일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한편,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4월 26일부터 6월 9일 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또, 몽니의 EP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는 뮤지컬이 끝나는 시기인 6월 15, 16일 양일간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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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