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볼티모어전에 선발로 등판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인터리그 경기를 치렀다.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타자들의 매서운 타격실력을 실감해야 했다. 스포츠동아DB
■ 인터리그의 모든 것
NBA·NFL 등에 밀린 ML 흥행 반전 카드
인터리그 97년 도입 …올시즌엔 내내 열려
AL, 9년연속 NL 압도…양키스 최고승률
다저스 작년까지 115승139패 초라한 성적
올해 일정 에인절스·보스턴 등 강팀만 남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3타수 3안타를 치며 타자로서도 만만찮은 실력을 뽐냈던 LA 다저스 류현진은 2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선 아메리칸리그 룰에 따라 타석에 서지 않고 투구에만 전념했다. 류현진이 이날 허용한 8안타 중 홈런 2개를 포함한 4안타는 하위타순인 6∼9번타자에게 내준 것이라 아메리칸리그 팀의 매서운 타격 실력을 제대로 실감했을 것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달라진 점은 이처럼 시즌 내내 인터리그 경기가 열리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난해까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이던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올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이동해 양대 리그 모두 15팀씩으로 균등하게 나뉘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그별로 7개의 매치업이 펼쳐지면 1팀씩이 남는다. 바로 그 두 팀이 인터리그 경기를 펼치는 방식으로 시즌이 진행된다.
○인터리그의 출발
인터리그는 1997년 처음 도입됐다. 이전까지 양대 리그에 속한 팀이 대결하는 것은 월드시리즈에서만 가능했다. LA에 연고를 둔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경우를 보자. 두 팀은 정규시즌 전 ‘프리웨이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시범경기 3연전을 치를 뿐, 지금까지 나란히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적이 한 차례도 없기 때문에 1996년 이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시즌 중 맞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1997년 인터리그 도입 이후로 두 팀은 지난 시즌까지 총 92차례 맞붙어 에인절스가 54승38패로 우위를 보였다.
1997년 6월 13일 알링턴 볼파크에선 텍사스 레인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역사적인 첫 인터리그 경기가 열렸다. 레인저스 좌완 대런 올리버가 첫 번째 공을 던졌고, 자이언츠 글렌날렌 힐은 내셔널리그 최초의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스탠 하비에르가 인터리그 첫 홈런을 날린 자이언츠가 4-3으로 승리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내셔널리그를 압도한 아메리칸리그
2001년까지는 같은 지역 팀끼리 대결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들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팀들과만 경기를 했다. 그러나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2002년부터 지역 라이벌전을 제외하고 1년마다 돌아가면서 다른 지구 팀들과 대결하는 구도로 바뀌었고, 대부분 6월에 인터리그 경기들이 집중됐다.
월드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인터리그는 경기가 열리는 구장에 따라 규칙이 바뀐다. 내셔널리그 구장에선 아메리칸리그 투수들도 타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지명타자로만 나서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빅 파피’ 데이비드 오티스가 1루수로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아메리칸리그 구장에선 내셔널리그 투수들이 타격을 하지 않는 대신 지명타자가 출전했다. 은퇴 직전 전성기에 비해 수비력이 크게 떨어진 배리 본즈가 자이언츠의 지명타자로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인터리그가 가장 괴로운 팀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91승138패)로 승률(0.397)이 4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일한 팀이다. 다저스도 115승139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11위에 불과하다.
개인기록을 보면 인터리그에서 유독 강한 선수들이 눈에 띈다. 먼저 투수 부문에선 마크 벌리(토론토 블루제이스)가 25승8패로 다승 및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방어율은 2007년 은퇴한 데이비드 웰스가 2.79로 가장 좋은데, 21년 동안 그의 빅리그 통산 방어율이 4.13인 점에 비춰보면 인터리그에서 얼마나 뛰어난 피칭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타자쪽에선 데릭 지터(양키스)가 최다안타(345개), 짐 토미(은퇴)가 홈런(64개), 알렉스 로드리게스(양키스)가 타점(198개)에서 각각 수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타율이다. 통산 타율이 0.296인 오리올스 닉 마커키스가 0.353으로 래리 워커(0.346·은퇴), 앨버트 푸홀스(0.341·에인절스), 조시 해밀턴(0.340·에인절스), 마이크 피아자(0.340·은퇴) 등을 제치고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인터리그의 명암
지난 시즌 인터리그는 경기당 평균 3만4693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다른 정규시즌 경기보다 팬들의 관심을 더욱 끄는 이유로는 흥미로운 대결을 꼽을 수 있다. 2004년 자이언츠와 레드삭스의 인터리그 경기는 1912년 월드시리즈 이후 첫 맞대결이었다. 레드삭스는 1915년 개장한 리글리필드에서 2005년 처음으로 경기를 펼쳤고, 시카고 컵스는 1918년 월드시리즈 이후 처음으로 2011년 펜웨이파크를 방문했다. 2004년 다저스와 양키스는 1981년 월드시리즈 이후 처음 대결했다.
반면 인터리그의 문제점으로는 공평하지 못한 스케줄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양키스가 지역 라이벌 뉴욕 메츠를 상대하는 사이 오리올스는 상대적으로 메츠보다 전력이 강한 워싱턴 내셔널스와 4차례 대결해야 한다. 또 인터리그 경기가 자주 열리다 보니 월드시리즈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반감됐다는 지적도 있다. 평소 타격을 거의 하지 않는 아메리칸리그 투수들의 경우 번트를 대거나 주루 플레이를 하다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22일 오리올스와의 원정 3연전을 1승2패로 마감한 다저스는 인터리그에 약한 징크스를 드러냈다. 다저스의 남은 인터리그 일정도 험난하다. 5월 28일부터 인터리그 전체 승률 2위 에인절스와의 ‘프리웨이 시리즈’가 열리는데 첫 두 경기는 다저스타디움, 나머지 두 경기는 에인절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양키스와는 원정(6월 19∼20일)과 홈(7월 31일∼8월 1일)에서 4번 대결하고, 레드삭스와의 홈 3연전(8월 24∼26일)도 치러야 한다. 인터리그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이들 팀과의 인터리그 결과가 다저스의 페넌트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A|손건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