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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외교史 ‘잃어버린 3년’ 되찾았다

입력 | 2013-04-26 03:00:00

“1889년 주미공사관 개설” 美공문 발견
당시 대한제국 자주외교 보여줘




1889년 공사관을 촬영한 ‘재미국화성돈조선공사관지도’. 연세대박물관 제공

대한제국 자주외교의 역사가 앞당겨졌다.

지난해 102년 만에 우리 품에 돌아온 옛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잃어버린 3년’을 다시 찾았다.

▶본보 2012년 8월 22일자 A10면 워싱턴 대한제국공사관 102년만에 고국 품으로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25일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소가 소장한 자료를 통해 워싱턴 로건서클 역사지구에 있는 공사관 개설 시점이 1891년(고종 28년)이 아니라 3년 가까이 앞선 1889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와 학계는 1891년 12월 1일을 ‘대조선주차 미국화성돈 공사관(大朝鮮駐箚 美國華盛頓 公使館)’의 개설일로 삼아왔다. 대한제국이 당시로선 거금인 2만5000달러에 건물을 매입했다는 건물 등기서류의 이전 날짜였다. 주차는 주재를, 화성돈은 워싱턴을 뜻한다.

하지만 재단은 이번 현지조사에서 공사관 운영이 이보다 훨씬 앞섰음을 증명하는 미국 국무부 공문을 찾았다. 당시 T F 베이야드 미국 국무장관이 이하영 서리전권공사에게 1889년 2월 13일자로 보낸 공문엔 “워싱턴의 조선(Corea) 공사관 공식 주소를 이곳으로 확정했음을 통보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공사관이 이름만 내건 게 아니라 다양한 외교 활동을 벌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문서도 함께 발견됐다. 당시 현지 정치외교계 인사를 초청한 연회가 몇 차례 열렸는데, 스티븐 클리블랜드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프랜시스 클리블랜드 여사도 참석했다. 당시 프랜시스 여사가 외국 공사관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어서 현지 언론도 크게 보도했다.

1888년 첫 공사관으로 썼던 ‘피서옥(皮瑞屋)’ 터도 새롭게 확인했다. 피서옥은 고종 어의였던 호러스 알렌(1858∼1932)의 친구 V H 피셔가 소유해 지어진 이름이다. 그간 존재는 알려져 왔으나 정확한 위치는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