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평일에 하루를 더 쉬게 하는 ‘대체휴일제’는 지난해 선거 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아니라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공약도 아닌 대체휴일제는 올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만든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최근 국회에서 관련 법을 만들겠다고 나서자 정작 국정과제를 추진해야 할 정부는 국회를 만류하고 있다. 이처럼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 연이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휴일제는 원래 문화체육관광부의 숙원사업이었다. 문화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휴일을 늘리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10년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8만5000개의 일자리와 4조9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재계와 경제부처의 반대로 문체부의 시도는 매번 좌절됐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다음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204개 입법과제를 추렸을 때 대체휴일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부에선 “입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을 고치면 될 사안”이라고 했지만 취재 결과 하위법령 정비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말 그대로 정부 내에서 ‘실종’된 것이다. 문체부는 여전히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공휴일 법령 소관 부처인 안전행정부와 경제논리를 대변하는 기획재정부 등이 난색을 표하면서 추진력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회에서는 논의가 급진전됐다. 지난해 대체휴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에서도 휴일을 늘리는 법안은 득표에 도움이 되는 데다 인수위 국정과제에도 들어 있다 보니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었던 것.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일사천리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대체휴일제 도입이 목전에 닥치자 재계와 정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25일 국회 안행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4월 국회 통과는 무산됐다. 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경제를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재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국정과제다 보니 대놓고 말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