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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프 호이어 CERN소장 “진짜 힉스입자 봤으니 이젠 암흑물질 봐야죠”

입력 | 2013-04-26 03:00:00


롤프 호이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소장은 “한국과 CERN은 연구 인력 교류가 활발하다”며 “기술 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선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nykim@donga.com

“우리는 힉스 입자의 ‘그림자’를 본 게 아닙니다. 진짜(real) 입자를 봤습니다.”

2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만난 롤프 호이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소장은 힉스 입자를 정말 찾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과의 연구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고등과학원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이날 한국물리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기도 했다.

3월 CERN은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가 질량을 갖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힉스 같은 입자를 관측했다(observe)”고 발표한 바 있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호이어 소장은 “지난해 7월이라면 데이터가 적어 그림자를 봤다고 표현해도 되겠지만 지금은 입자의 성질까지 충분히 조사된 만큼 힉스 입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호이어 소장은 “이번 발견으로 물리학이 완성됐다기보다는 시작된 것”이라며 “우리가 발견한 힉스가 유일한 힉스일지, 여러 힉스 중 하나일지는 앞으로 밝혀 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물질과 힘은 일부에 불과하다. 우주의 비밀을 쥐고 있는 미발견 입자가 많다는 이론도 있는데, 이들은 훨씬 더 큰 에너지를 이용해야만 관찰할 수 있다. 그중에는 우주 전체 물질의 5배에 달하면서도 전혀 관측되지 않고 있는 ‘암흑물질’도 있다.

호이어 소장은 “힉스의 성질을 밝히는 과정을 통해 암흑물질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CERN은 앞으로 20년 동안 실험 장비 성능을 높이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CERN 협력사업’에 따라 CERN에 부담금을 내고 연구원을 파견하고 있다. 호이어 소장은 “CERN 내부 인력은 2400명 정도로 물리학자는 10∼15% 차지하고, 나머지는 엔지니어와 기술자”라며 “준회원국이 되면 기술 운영에 CERN과 한국 서로에 도움이 될 내용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